잔류 위한 사투...대타든 주전이든 제대로 때려라
“허무하던데요? 막상 빅리그 무대에 올랐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이제부터 잘하는 게 중요하죠.” LA 에인절스 25인 로스터에 진입한 최지만이 현지 기자들에게 털어 놓은 내용이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 그러나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대호와 최지만은 그걸 몸으로 절감하는 중이었다. 과연 그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자신의 자리를 확보받은 김현수를 포함하면 이 3인방은 현재 메이저리그 잔류와 사투를 벌이는 셈이다.
비록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개막전이었지만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직접 경험한 이대호. 4월 8일 현재 한 번은 대타로 나왔고, 또 한 번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안타를 생산해내진 못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는 “올 시즌 성적보다 생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이대호는 먼저 메이저리그 생활을 처음 경험한 데 대한 무용담을 들려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전용기 탑승이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단은 팀마다 전용기 또는 전세기를 이용해 원정 경기 지역으로 이동한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전용기다. 텍사스 원정을 오면서 팀 전용기에 처음 탑승했던 이대호는 선수단 버스가 공항 활주로를 내달려 전용기 앞에서 바로 내리는 게 신기했다고 털어 놓는다.
“거기서 내려 곧장 탑승하더라고요. 공항을 통해 들어가면 일반인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버스가 활주로까지 진입하니까 진짜 편하더라고요. 아, 이래서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주전으로 뛰었던 이대호지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의 신분은 벤치 신세다. 그걸 의식한 듯 이대호는 “올해는 성적보단 시즌 마칠 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해 있는 게 실질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을 때 엄청난 비난을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메이저리그 25인에 들어갈 거라곤 대부분 예상 못했잖아요. 저 또한 기대를 갖고 있긴 했지만 단장, 감독, 코치 등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캠프에서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서 마이너리그로 가는 걸 보니까 기분 묘하더라고요. 나도 저 친구들 속에 있을 수도 있는데 싶었고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사인하는 모습.
4월 6일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던 이대호. 그는 빠른 볼을 예상했다가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는 투수들의 공에 어려움을 느꼈다.
“상대팀 1, 2선발 투수들을 상대해봤는데 예상 외로 변화구도 많이 던지더라고요. 명색이 메이저리그 투수라면 무조건 강속구로 승부하는 줄 알았는데(웃음).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고 해도 150km 이상이 나오니까 공략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더욱이 타순도 8번에 배치됐는데 프로 들어와서 8번에서 치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오니까 모든 게 생소하네요. 생활하는 것부터 야구 환경까지 모두.”
이대호는 데뷔전 대타로 나섰을 당시(4월 5일 개막전) 텍사스 레인저스의 콜 해멀스가 자신을 상대로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한 데 대해 우스갯소리를 곁들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메이저리그 ‘루키’인데 루키한테 변화구 5개를 던지는 에이스가 어디 있습니까? 빠른 볼로 승부하고 싶었는데….”
이대호는 어떤 상황에 처해도 적응만큼은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타로 나가면 한 타석 정도 될 것이고 상대팀 선발이 왼손이면 주전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그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다른 거 생각하지 않는다. 어렵게 잡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뿐이다”라는 말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대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만큼은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4월 9일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타석 데뷔전을 치른 LA 에인절스의 최지만. 9회말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했지만 2루 땅볼 타구로 아웃되면서 아쉽게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룰5드래프트로 에인절스에 합류한 최지만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안정적인 1루 수비와 좌익수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보태지면서 마이크 소시아 감독으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고 빅리그 도전 6년 만에 꿈을 이뤘다. 이미 지난 6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좌익수 대수비로 출전하면서 데뷔전을 갖긴 했지만 타석에선 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가 첫 데뷔전이었다.
송재우 MBC스포츠해설위원은 최지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상을 내놓았다.
“최지만은 장타력이 있는 1루수는 아니다. 대신 정확도와 선구안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좌타자로서 대타로 주로 기용될 것이다. 주전 선수가 휴식으로 쉴 때는 선발 출전도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김현수다. 김현수는 현재 외야에서도 ‘넘버 1’이 아니다. 대타로 기용될 가능성이 낮다. 그래도 앉혀 놓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벅 쇼월터 감독이 출전은 시킬 텐데, 그 횟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최지만, 김현수 모두 제한적인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럴 때 방법은 딱 한 가지. 기회가 왔을 때 쳐서 살아나가는 걸 보여줘야 한다. 매일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보다 불리한 조건이지만, 이게 그들한테 주어진 ‘숙제’라 극복해내야만 한다.”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은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의 뒷모습(가운데).
김현수의 또 다른 불행은 포지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가 메이저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홈런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개막전부터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벅 쇼윌터 감독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각같이 생긴 외모는 ‘덤’. 볼티모어 팬들은 매 경기 때마다 ‘조이’를 외치며 리카드를 향해 엄청난 팬심을 발휘하고 있다.
현지에서 볼티모어를 취재하고 있는 뉴스엔 조미예 기자는 “마치 LA 다저스 푸이그의 빅리그 데뷔전을 보는 듯했다”면서 “볼티모어 팬들의 리카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가운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김현수로선 심적 부담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한국 선수들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이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지난 6일 피츠버그와의 원정 경기에서 5-5 동점 상황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오승환의 경기 내용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4일 시즌 개막전에서 1이닝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오승환은 이날 마운드에 오른 후 세 타자를 내리 삼진 처리하며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최고 구속은 4일보다 1마일 오른 94마일(151km).
“오승환의 두 번째 등판은 첫 번째와 또 달랐다. 두 번째 등판에선 컨트롤이 완벽했다. 최고 구속도 94마일을 찍으며 피츠버그 타선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 활약했을 때보다 공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굉장히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송재우 위원은 오승환 외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한국 선수들이 제자리를 잡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팀에 입단했다고, 빅리그 25인 로스터에 진입했다고 해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결코 아니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한테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말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인터넷 중계 왜 안하나 했더니...방송국-포털업체 중계권료 전쟁 요즘 MBC스포츠플러스와 포털사이트 계약 담당자들은 죽을 맛이다. 어디를 가나 중계권과 관련된 질문을 받게 되고,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인터넷을 통해 중계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원성과 비난이 들끓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가 시즌 개막 후 매일 경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해외야구 중계를 인터넷으로 시청하려 했던 야구팬들은 TV 시청이 불가능해지자 여기저기 댓글을 달며 해당 관계자와 회사를 향해 강도 높은 공격을 퍼붓고 있는 중이다. 현재 네이버는 문자중계로 라이브 중계를 대체하는 상황. 지난해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MBC스포츠플러스가 메이저리그 공중파 및 케이블 중계 독점권을, SPOTV가 뉴미디어 중계권을 나눠 가졌다. 이후 SPOTV는 네이버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생중계 영상 및 주요 장면 영상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올해 MBC스포츠플러스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의 협상을 통해 모든 중계권을 확보하게 되면서 일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대거 늘어남에 따라 중계권료가 크게 뛰었고, MBC스포츠플러스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독점 중계권을 사들였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투자비를 제대로 회수하려면 포털사이트와의 협상시 지난해보다 금액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MBC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직 협상 중이지만,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중계권을 사오면서 워낙 많은 금액을 지불했기 때문에 국내 협상 과정에서 금액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든 방송을 돈 한 푼 안들이고 그대로 받아쓰는 상황인데, 제작비 등을 고려해도 금액이 인상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상 폭이 크다는 항의를 받고 있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해외야구 중계권을 놓고 협상을 벌이면서 MBC스포츠플러스가 중계권료를 심하게 올려놓았기 때문에 협상에 진척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웬만하면 협상을 통해 가격 조정이 이뤄지기 마련인데 양쪽의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그 간극을 좁히기가 매우 어렵다. 계속 이렇게 간다면 우리로선 손을 놓을 수도 있다. 방송국은 ‘너흰 안사고 못 배길걸?’이란 입장인데, 우리도 ‘우리가 안사면 어쩔래?’하는 상황이다. 그걸 좁히지 못하면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피해는 올곧이 야구팬들의 몫이다. 해외야구의 특성상 새벽이나 오전 중계가 대부분인데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들이나 학생들은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기를 직접 보기가 어렵다. 인터넷으로 중계가 이뤄져야 해외야구 시청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