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걸림돌 ‘병역’ 몸값 절반 ‘거품’?
▲ 최홍만 선수. | ||
‘골리앗 파이터’ 최홍만의 몸값이 화제다. 지난 연말 한 신문이 최홍만이 일본의 K-1 개최사인 FEG와 2년간 70억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다른 언론에서 즉시 “터무니없다”는 반박 기사가 나왔고 몸값 논쟁은 가열됐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당사자가 발표하지 않는 한 확인할 길은 없다. FEG나 프라이드FC를 주최하는 DSE 모두 주식회사 형태다. 협회나 연맹 형태인 다른 스포츠단체와는 다르다. 따라서 계약금, 파이트머니 등 돈에 관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래서 언론 플레이를 통한 몸값 높이기나, 추측이 난무하는 것이다. 결국 최홍만 몸값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법뿐이 없다.
성격 급한 사람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액면 그대로 70억 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분석할 수 있다. 최대한 긍정론의 시각을 택해도 70억 원은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FEG가 순수하게 지급하는 돈은 ‘많아야 2007년 1년간 최대 15~20억 원 정도’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짠물 분석’에는 일단 군대 문제라는 최대 걸림돌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 최홍만은 2007년이 지나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관계법상 더 이상 연기하기가 힘들다. 금액을 떠나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K-1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액수보다 계약 기간이 더 의문이다. 설령 70억 원이라는 돈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1년에 35억 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라고 진단했다. 연간 35억 원이 맞다 해도 이는 역대 K-1 최고 대우인데 이를 2년으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중계권·CF 등은 호재
70억 원설의 가장 유력한 근거는 ‘K-1 중계권 확보 전쟁’이다. 현재 MBC, ESPN이 보유한 K-1 한국 독점중계권의 만료가 다가왔고, 늦어도 2007년 2월에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2006년 최홍만 경기의 시청률은 잇달아 케이블 채널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따라 차기 계약은 최소 연간 300만 달러 선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하면 FEG는 최홍만에게 어느 정도 목돈을 안겨줘도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게 된다.
▲ 2005년 K-1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에서 최홍만과 본야스키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 ||
#알수록 작은 파이트머니
일단 중계권 전쟁과 CF출연 모두 따지고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방송 중계권도 최홍만의 군 입대와 맞물려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CF 출연은 그 자체가 일종의 편법 계약으로 돈의 순도가 크게 떨어진다. 또 일본 내에서 최홍만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아 10억 원 이상의 모델료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70억 원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K-1의 파이트머니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고 흥행 파이터라고 해도 경기당 1~5억 원 정도가 최고치다. 연간 4회를 뛴다고 하면 최고 약 20억 원 정도다. 이는 불과 수명에 해당할 뿐이다. 참고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을 지낸 최용수도 원래 출전하기로 예정됐던 12월 31일 마사토전(K-1의 올스타전 격인 다이너마이트대회)의 대전료로 몇 천만 원을 제시받았을 뿐이다.
또 최홍만 측이 2004년 12월 K-1 진출을 선언할 때 이미 ‘돈’에 관해 신뢰도를 잃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매니저인 박유현 씨는 계약금이 10억 원이라고 발표했으나 나중에 채 60%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70억 원설은 연예인들이 CF에 출연하면서 나중을 위한 뻥튀기 발표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홍만의 몸값은 2년 전에 비해 수백%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7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유병철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