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단독드리블 서울 군침만 꼴깍
>>예견된 수원행
안정환의 수원행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그의 수원 입단을 보고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안정환의 자존심과 몸값을 맞춰줄 수 있는 K리그 팀이 수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원은 2006년 말부터 안정환의 에이전트사 ‘래스포츠’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다. 유럽진출을 단념하고 K리그 복귀를 결정한 안정환은 지난 여름협상 때에 비해 훨씬 ‘약한 모습’으로 협상에 임했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난색을 보인 수원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 결국 총액 18억 원(순수 연봉 12억 원+각종 수당 6억원)에서 시작됐던 양측의 협상은 수원의 의도대로 9억여 원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지난해 7월 말 안정환의 수원행을 추진했던 (주)제니스스포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안정환이 K리그 복귀를 결심하면서 일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수원은 안정환이 요구한 조건을 모두 들어줬다. 계약 기간도 지금보다 짧았고 연봉 등 금전적인 부분은 K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만일 그때 계약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K리그에 복귀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안정환은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유럽에 남고 싶다”며 수원 입단을 포기했다.
부산 아이파크의 한 고위 관계자도 안정환의 수원행을 선수의 심경 변화에서 찾았다. “지난해 여름 안정환을 영입하려고 그의 에이전트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는데 요구 조건이 엄청났다. 매달 기본 연봉만 1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6개월 뒤 유럽행을 추진할 때는 조건 없이 놔달라는 것이었다. 선수의 마음이 유럽에 있다는 걸 알고 곧바로 영입을 포기했다.”
>>FC 서울 뒷북 쳐
서울은 2005년 말 안정환 영입을 추진했다. 프랑스 FC 메스에서 설자리를 잃은 안정환을 순수 연봉 7억 원과 CF 출연 보장 등으로 유혹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영입에 실패한 서울은 이번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서울은 국내 공격수를 새로 영입할 자리가 없다. 안정환 영입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안정환에 대해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서울은 라이벌 수원이 움직이자 태도를 바꿨다. 안정환의 수원행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듣자마자 곧바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이 제시한 연봉은 수원보다 못했다. 서울은 차가운 표정을 짓는 안정환을 잡기 위해 최용수 코치를 특사로 파견했다. 최 코치는 안정환과 만나 ‘서울 찬가’를 불렀다. 하지만 안정환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일찌감치 발 뺀 성남
성남은 2005년 피스컵을 앞두고 구단주인 곽정환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의 지시로 안정환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칭스태프의 반대와 금전적인 이유 등으로 협상 테이블을 열지 않았다. 성남 코칭스태프는 “6개월이나 쉰 선수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구단에 얘기했다. 성남 프런트 역시 지난해 말 안정환이 원한다는 요구 조건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안정환의 에이전트는 성남에 총액이 2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요구했다.
>>인천의 ‘언론플레이’
인천은 지난해 말 안정환의 K리그 복귀설이 불거지자 영입의사를 내비쳤다. 안종복 단장이나 구단주인 안상수 인천시장이 안정환을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안 단장은 “인천은 안정환이 프로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안 단장의 말에 대해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안 단장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같다. 인천의 재정 형편상 안정환을 영입할 수 없다. 게다가 안 단장과 안정환이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옛날 얘기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지금 안정환은 갈 팀이 없더라도 안 단장이 있는 인천으로는 안 간다”고 귀띔했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