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개인기 vs 동부 조직력 ‘충돌’
▲ 시즌 후 FA가 되는 김주성을 놓고 각팀들의 스카우트 열기가 벌써부터 고조되고 있다. 현재로선 ‘동부 재계약’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 ||
결론부터 말하면 ‘조직력의 완승’이 예상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객관적인 정황상 김주성이 ‘농구대통령’ 허재(KCC 감독)를 따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저 KCC를 살펴보자. KCC는 올시즌을 앞두고 구단 내부 회의에서 김주성을 잡기 위한 ‘추승균 희생론’까지 나왔다. 이상민과 함께 KCC의 간판 선수인 추승균은 포지션이 포워드로 김주성과 같다. 리그 전체에서 랭킹 5위 이내에 드는 같은 포지션의 선수를 동시에 보유할 수 없다는 KBL 규정에 따라 KCC는 김주성을 잡으면 추승균을 내놔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06~2007시즌 추승균의 출전 시간을 고의로 줄여 5위 밖의 ‘평범한’ 선수로 만들자는 논리다. 물론 이를 추승균이 받아들일 리 없고, 또 최하위권을 맴도는 팀 사정상 이 ‘거창한 계획’은 자연 도태됐다. 하지만 이는 김주성에 대한 KCC와 허재의 애정이 얼마나 강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됐다.
허재는 200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TG삼보(동부의 전신)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 김주성을 지명하게 되자 만세를 불렀다.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은퇴를 앞둔 노장 허재로서는 중앙대 직계 후배로 서장훈의 대를 이어 한국 프로농구의 최고 선수가 될 김주성을 영입해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던 것이다.
허재는 김주성을 친동생 이상으로 아꼈다. 운동과 팀 생활은 물론이고 사생활에서도 형처럼 모든 걸 챙겨줬다.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직접 미용실로 데려가 세련되게 바꿔줬을 정도다. 정성은 물론이고 특유의 큰 배포만큼이나 금전적인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결실도 좋았다. 허재와 김주성은 첫해인 2002~2003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다음 시즌도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준우승). 김주성은 허재 은퇴 후에도 다시 챔피언 반지를 추가하며 예상대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게 됐다.
둘이 ‘한솥밥을 먹던’ 시대는 2005~2006시즌 허재가 KCC 사령탑을 맡으면서 끝이 났다. KCC는 ‘허재 시대’ 첫 시즌에서 간신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는커녕 자칫하면 최하위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다. 조성원의 은퇴와 이상민 추승균의 노쇠로 리그 최고의 확실한 젊은피인 김주성의 수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허재는 공공연히 ‘김주성 영입’을 자신해왔다. 인간적으로 너무 가깝고, 또 용산고 동문 오너일가의 신임이 두터워 실탄(돈)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KCC 내에서 한 시즌 고생하고 김주성을 데려와 화려하게 부활하자는 시나리오가 준비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KCC 허재 감독, 동부 전창진 감독, 서장훈.(왼쪽부터) | ||
먼저 전창진 동부 감독은 “(김주성 FA이적에 대해) 무슨 얘기냐. 주성이는 동부의 간판이다. 팀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김주성 없는 동부는 상상할 수 없다. 이적은 말도 안 된다. 내가 장담한다. 무조건 재계약”이라고 자신했다.
KCC와 동부 속사정에 밝은 농구인들도 “허재 감독과 김주성이 인간적으로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FA계약은 그것을 뛰어넘는다. 서장훈과 김승현이 둘도 없는 사이고, 또 함께 뛰자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FA였던 김승현의 삼성 이적은 오리온스와의 재계약으로 보기 좋게 깨지지 않았는가. 또 허재 감독보다 전창진 감독의 수가 높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당사자인 김주성은 “(시기가) 아직 이르다”며 언급을 피하는 가운데 부친 김덕환 씨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동부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부산 동아고 졸업 당시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연·고대의 엄청난 스카우트비 제안을 뿌리치고 오랫동안 후원해온 중앙대를 선택했을 정도로 심지가 곧다. 최근 동부의 CF에 김주성 가족이 출연하며 동부그룹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워져 FA 이적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져 보인다.
선배 서장훈도 의미 있는 충고를 했다. 국가대표로 해외 경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김주성이 “형은 FA가 되면서 SK에서 삼성으로 옮겼죠. 저도 내년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내가 옮겨봐서 아는데 돈보다도 한 팀의 간판 선수로 남아 있는 것이 더 값지다. 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동부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가급적 재계약하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한편 김주성 영입은 ‘농구대통령’과 KCC만의 목표가 아니다. 서장훈의 이적 가능성이 높은 삼성을 필두로, 재력이 막강한 SK, KTF, 모비스 등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김주성이 동부에 남는다면 감독과의 갈등설로 ‘탈 삼성’이 될 수도 있는 서장훈의 행보에 그만큼 더 관심이 쏠릴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김주성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