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가요”
하지만 80년대 후반 골프계에도 특례입학의 문호가 넓어지면서 대학생 골퍼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 해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내는 미LPGA의 한국선수들도 거침없이 한국의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고 있다. 이제는 고졸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올 초 서른을 넘긴 박세리가 숙명여대 2007학년도 정시모집 ‘숙명글로벌리더’ 전형에서 1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당히 선발됐다(정치행정학부). 그것도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용인대를 졸업한 이미나(26)도 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에 합격해 석사과정을 밟게 됐다.
특례 입학인 만큼 이들의 입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몸은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학업을 하느냐’가 문제다.
대학 측은 인터넷 동영상 수업 시청과 이메일을 통한 리포트 제출 등으로 충분히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이화여대 동문이 된 박지은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박지은은 2001년 사회체육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99학번). 그리고 대부분 미국에 있으면서 2003년 초 ‘정상적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학점도 평점 3.0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 거의 매주 이동을 하다시피하고, 또 필드에서 피를 말리는 경쟁과 하루 대부분을 투자해도 모자라는 엄청난 연습. 이런 미국 투어생활 속에서 태평양 건너의 한국 대학의 교과 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1996년 금성여고를 졸업한 박세리는 세계 제패를 한 98년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학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한 바 있다. 당시 성균관대는 경기 성적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인터넷 강의와 리포트로 학점을 취득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세리는 프로골퍼 활동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했다.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더 늦으면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기가 더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번 숙대행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