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얘기에 앞서 무명의 우승자를 잠깐 소개하면 앞으로 주목할 만한 선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해 미LPGA 2부 투어(퓨처스투어)로 프로에 데뷔한 프란셀라는 2부 투어 상금 랭킹 5위로 겨우 턱걸이해 LPGA 무대로 올라온 새내기다. 신인들의 경우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소렌스탐을 상대로 연장 4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우승컵을 따냈으니 보통내기가 아님은 분명하다.
최근 미LPGA 투어가 소렌스탐, 캐리 웹(호주), 그리고 코리안 낭자부대들의 판이 되면서 정작 주인격인 미국 선수들이 기를 못 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USA의 반격’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마스터카드까지 올시즌 3개 대회를 모두 미국 선수들이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골프에서 날씨는 무척 중요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도 혹서기와 혹한기 그리고 장마철 등으로 인해 아마추어 골퍼들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넓은 탓에 그만큼 자연재해의 규모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래서 미LPGA 사무국은 직접 기상 레이더를 대회 장소마다 가지고 다니며 날씨만을 업데이트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 기상 악화로 인한 경기 중단 그리고 속개 등을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럼 미국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고, 또 두려워하는 기상 재해는 무엇일까.강풍이나 폭우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번개다. 웬만한 비나 바람 그리고 더위와 추위는 잘 참으면서도 하늘에서 일단 번개가 내리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왜 번개가 칠 때까지 경기 중단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국 마인드로 보면 ‘번개 하나 가지고 왜 저렇게 따지고 들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도 아주 가끔 번개로 인한 골퍼의 피해가 있지만 미국은 번개로 인한 인명 사고가 잦은 편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 선수들은 하늘에서 섬광이 비치면 흥분하는 것이다.
기상 악화로 인한 경기 중단은 선수들에게 그만큼 더 어려움을 준다.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 샷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멕시코 대회의 경우 계속 경기가 지연되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언제 플레이가 재개될지 몰라 3일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곤 했다. 드라이빙레인지나 퍼팅그린도 비를 피할 수 없어 제대로 연습을 할 수도 없었다. 기다림에 지쳐 컨디션이 뚝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또 대회가 하루 연기되면 숙박과 이동(항공 스케줄 변경)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다행히 멕시코 대회 후 LPGA투어가 1주일 쉬는 까닭에 이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잇달아 대회가 열리는 경우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아직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했지만 악천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더 큰 응원을 부탁한다.
송영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