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대신 ‘삼손의 머리털’
대부분의 마라톤대회는 기록포상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이번 서울국제마라톤도 타임보너스제도를 실시했다. 그만큼 마라톤에서는 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봉주의 2시간 8분 4초는 올시즌 세계 최고인 호기록이지만 이왕이면 2시간 7분대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또 5초만 빨리 골인했다면 타임보너스도 1만 달러에서 2만 5000달러로 1.5배나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엉성한 출발로 인해 이봉주가 몇 초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육상단의 한 관계자는 “광화문 스타트 때 아나운서가 출발을 외쳤지만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아나운서의 출발 소리에 뛰쳐나갔다가 총성이 없자 잘못된 줄 알고 멈춰서는 등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이봉주도 뒤를 돌아보는 등 어리둥절하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록측정은 아나운서의 출발 신호와 함께 시작됐다. 이봉주가 골인지점 시계로는 정확히 2시간 8분 언저리에 골인했지만 나중에 4초나 늦어진 공식 기록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2시간 7분대도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태극 머리띠 안한 까닭
이봉주의 상징은 태극문양이 들어간 헤어밴드와 턱수염, 두 가지다. 턱수염은 대회가 정해지고 훈련을 시작하면서 기르기 시작한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레이스를 마치면 다음 날 말끔히 깎아버린다. 평상시 사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턱수염이 레이스 사진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헤어밴드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부터 착용했다. 황영조가 도중하차하면서 자신이 국민들의 염원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앞머리가 빠지면서 레이스 중 과다하게 흘러내리는 땀을 막아주는 용도도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06년 11월 중앙서울마라톤까지도 헤어밴드를 착용했던 이봉주가 이번에는 과감히 풀어 버렸다. 이유는 한 가지. 2003년 5월 두피를 이식한 앞머리가 이제 완전히 자랐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이봉주 사진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새로 자란 머리는 이봉주에게 삼손의 머리인 셈이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