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박’ 바통 이을 다음 주자 안보이네
# 박찬욱과 나홍진…나란히 3번째 칸 진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2012년 <돈의 맛>(감독 임상수)과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의 동시 진출 이후 3년 동안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아가씨>를 통해 4년 만에 다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경쟁부문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새 영화를 초대해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무대다.
또한 스릴러 영화 <추격자>와 <황해>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도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다. 공식 섹션 가운데 하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영화를 공개한다. 이 부문은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작품을 선정하고 주관하는 공식 섹션이다. 예술성은 물론 상업성과 장르적인 특성이 강한 작품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에 이어 <아가씨>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수상을 노린다. 사진은 <아가씨> 스틸 컷.
사실 박찬욱, 나홍진 감독은 그동안 칸 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대표적인 연출자로 꼽힌다. 여느 감독들보다 자주 칸의 선택을 받아오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수상한 연출자다.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박쥐>로 다시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두 편의 영화로 연달아 수상한 유일한 한국감독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나홍진 감독도 마찬가지다. 2008년 연출 데뷔작인 <추격자>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추격자>는 심야에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고, 나 감독은 이로부터 2년 뒤에 내놓은 <황해>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연달아 초청받았다. 이번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까지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으면서 나 감독은 그동안 내놓은 세 편의 영화가 전부 칸에 진출하는 ‘유일한’ 한국감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 칸의 선택 ‘특정 감독들’에 집중
박찬욱, 나홍진 감독 외에도 그동안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을 자주 받아온 연출자는 몇 명 더 있다. 홍상수, 임상수, 이창동 감독 등 ‘3인방’이 대표적이다. 세계 영화계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온 감독들이지만 이들의 독보적인 활약이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아가씨>와 <곡성>은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초청작을 발표하기 전부터 ‘올해 칸에 진출할 한국영화’로 유력하게 꼽혀왔다. 그만큼 칸이 관심을 쏟는 감독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팽배하게 퍼진 탓에 이들 감독의 칸 국제영화제 진출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기자회견 이전부터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무난하게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까지 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스틸 컷.
이 같은 분위기는 특정 감독들이 한국영화를 이끌고 알리는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예술적인 성취를 첫 손에 꼽으면서 신중하게 초청작을 선정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들어맞는 한국의 영화감독이 그만큼 ‘극소수’라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칸과 한국영화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지 이제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봐야 한다”며 “박 감독이 거둔 성취는 분명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감독의 발굴과 성장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사실도 짚어야 한다”고 밝혔다.
# 칸의 선택받은 한국영화, 어떤 이야기?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한국영화들은 어떤 이야기와 개성을 갖추고 있을까. 먼저 <아가씨>는 간단히 정리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배우 김민희와 하정우, 신예 김태리가 주연한 영화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귀족 상속녀와 그녀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백작, 그 둘 사이에 놓인 하녀가 한데 어우러져 겪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상속녀 역의 김민희와 하녀 역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신예 김태리의 파격적인 동성애 사랑도 담고 있다.
<곡성> 역시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완성됐다. 황정민과 곽도원, 천우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인 이 영화는 시골마을에 외지인이 들어와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곽도원이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로, 황정민이 사건 해결을 위해 마을을 찾는 무속인으로 출연해 팽팽한 연기 대결을 벌인다.
이들 두 영화뿐 아니라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공유가 주연한 <부산행>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오싹한 분위기의 영화를 주로 초청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박영주 감독의 29분 분량의 단편영화 <1킬로그램>이 학생경쟁 부문인 시네마파운데이션에서 상영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