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세운 건물마다 마피아의 흔적이…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도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정부 관련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그는 인색한 구두쇠였고 한편으론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자신이 지은 아파트를 흑인에게 임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그는 KKK 단원이기도 했다. 도널드가 가업에 참여한 건 그가 22세였던 1968년. 1974년엔 28세의 나이에 트럼프 그룹의 회장이 되어 사업을 이끌었다.
각종 구설과 논란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현재 미국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트럼프 패밀리의 리더가 된 도널드의 첫 번째 야심 찬 프로젝트는 트럼프 타워였다. 1979년에 착공해 1983년에 완공한 트럼프 타워는 맨해튼 한 가운데 있는 68층짜리 200미터 높이의 빌딩이었다. 트럼프는 이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200명의 폴란드 노동자를 고용했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그들은 3분의 1의 임금만 받았으며 그 자리에 있던 과거의 건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의 건축 노조는 그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트럼프와 범죄 조직의 연계설이 제기되었다. 트럼프의 변호사가 ‘로이 콘’이라는 사실은 확실한 연결고리였다. 매카시즘 시절 빨갱이 사냥에 열을 올렸던 그는 갱스터 전문 변호사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던 것. 한편 에디 가로팔로라는 갱 하나가 마약 거래로 체포되었는데, 그의 소지품에서 트럼프가 운영하는 리조트 무료 이용권이 나왔고, 과거 트럼프 타워 건축 때 석면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고용되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대도시에서 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범죄 조직과 일정 정도 타협하는 건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동정론도 있었다. 문제는 트럼프가 그 관계를 끝없이 확장하며 세를 불려갔다는 사실이었다. 1984년 뉴저지에 있는 애틀랜틱시티에 트럼프 플라자를 지을 때, 트럼프는 살바토레 테스타라는 인물에게 시가의 두 배인 110만 달러를 주고 부지를 구입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마피아의 보스인 필립 테스타의 아들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설업체인 ‘스카르포’와 ‘냇 냇’은 ‘리틀 니키’로 불리던 스카르포 패밀리의 보스인 니코데모 스카르포와 그의 조카인 필립 레오네티가 경영하고 있었다. 스카르포 패밀리의 재정을 관리하던 케네스 샤피로라는 금융 전문가도 이후 트럼프의 여러 프로젝트에 관련되었다.
이상한 건 철강으로 짓는 게 더 저렴하고 트렌드에 어울리며 감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플라자는 콘크리트로 지어졌다는 점이었다. 여기에도 마피아가 개입되었는데 ‘S&A 콘크리트’는 마피아 보스인 앤서니 살레르모의 소유였고, 그는 제노베제 패밀리의 보스였던 것. 그리고 갬비노 패밀리의 폴 카스텔라노도 콘크리트 사업에 간여하고 있었다.
1993년엔 트럼프가 소유한 카지노 리조트 ‘타지 마할’의 간부 대니 륭이 홍콩 삼합회의 일원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리고 1998년에 FBI는 트럼프의 부동산 관련 파트너 업체인 ‘베이록’의 간부 펠릭스 세이터가 마피아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밝혀냈다. 그는 재정 관련 일을 했는데, 1998년엔 마피아가 관련된 4000만 달러 규모의 주식 사기에 관련된 인물이었다.
트럼프와 함께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 세이터는 사기 사건에 걸려 베이록을 그만두었는데, 이후 트럼프는 그를 은밀히 고용했다. 그의 사무실이 트럼프 타워에 있다는 게 밝혀져 언론의 의심을 받았지만, 트럼프는 “우연히 내 건물에 사무실을 얻은 모양이다. 난 그런 녀석들과 전혀 친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사실 ‘베이록’이라는 회사는 마피아와 범죄자로 득실거리던 곳이었는데, 간부 중 하나인 엔진 예시라는 인물은 코카인 유통으로 체포되었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트럼프 타워를 세울 때 건축을 맡았던 라울 골드버거는 벨기에에서 대량의 엑스터시를 밀수하다가 1999년에 체포되었다. 역시 베이록의 간부였던 테브픽 아리프는 터키 연안의 보트에서 체포되었는데,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모델들을 데려와 정계 고위층이나 재계 저명인사와 은밀히 연결해주던 매춘 브로커였다. 심지어 그가 데려온 모델들 중엔 미성년자도 있었다. 아리프는 뉴욕에 있는 트럼프 소호 빌딩 건축의 책임자였다.
이외에도 수많은 마피아들이 트럼프 주변에 있었다. 2010년에 완공된 맨해튼의 트럼프 소호를 지을 때, 관련 업체 중 하나인 ‘사피르’의 부회장 프레드 콘티니는 도박 비즈니스에 종사하던 갬비노 패밀리 소속의 마피아였다. 트럼프는 갬비노 패밀리와 깊은 관계였는데, 1990년 FBI의 도청 자료에 의하면 갬비노 패밀리의 전설적인 갱 보스 존 고티와 트럼프가 카지노 사업과 관련된 결탁 관계라는 것이 드러났다. 존 고티는 영화로도 몇 차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했던 마피아 보스. 2002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1990년대 그는 트럼프와 관련된 사업을 벌였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는 마피아와 단순한 사업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결탁 관계가 있는 것일까? 만약 비즈니스 파트너 수준이라 해도, 대통령 선거까지 나선 사람에겐 꽤 심각한 결함 아닐까? 하지만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는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며, 어쩌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