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홈런이면 코치 여행”
얼마 전 일본 취재를 갔을 때 이승엽으로부터 “우치다 준조 타격 코치와 내기를 걸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치다 코치가 “만약 올해 50홈런 이상을 치면 승엽이가 나를 유럽 여행을 시켜줘야 해”라며 일방적인 조건을 걸었다는 얘기였다. 이승엽에겐 아무런 득 될 게 없는 내기지만 달성하게 된다면 연봉만 6억 5000만 엔(약 52억 원 추정)인 그가 우치다 코치에게 유럽 여행 티켓 정도를 선물하는 게 어려울 리 없다.
우치다 코치의 내기에는 50홈런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섞여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치다 코치는 지난해 이맘 때에도 이승엽에게 “40홈런 이상을 치면 나에게 한국 여행을 시켜 달라”며 내기를 걸었다. 이후 목표는 달성됐다. 우치다 코치는 개인 스케줄 때문에 한국 여행을 못 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승엽을 바라보는 타격 코치의 기대치가 정확하게 실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올해 50홈런 전망도 밝은 셈이다.
이승엽은 조심스럽게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작년 리그 최고 타자로 공인됐기 때문에 올해부터 상대 투수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게 확실하다. 한복판에 순순히 공을 넣어줄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보면 된다. 이승엽은 매 타석마다 어쩌다 있을지 모를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쳐야 한다. “차라리 거른다”는 심정으로 유인구만 던져대는 투수를 상대로 타격한다는 건 엄청난 인내심과 정확한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이승엽과 같은 리그에서 뛰게 될 주니치 이병규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4리에 그쳤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적응해나가는 분위기였다. 이병규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건 정규시즌인데 적어도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 잘한다, 못한다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시범경기에서 만난 삼성 선동열 감독은 “이병규가 타율 2할8푼 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제대로 익은 밥일 지, 설익은 쌀일지를 확인하려면 4월 말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