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최대 3000명 구조조정 예고…대우조선·삼성중공업도 감원 나설 듯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체 직원의 10명 중 1명을 권고사직 형태로 축소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하고, 신청 인원이 부족할 경우 사업본부별로 인원을 할당해 권고사직 형태로 직원 감축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 측은 노조 반발 등을 우려해 감원 방침 확정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와 금융권은 조선업계의 감원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모습.
한때 꿈의 직장으로 꼽혔던 현대중공업의 감원은 회사경영의 급격한 악화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6조 2318억 원, 영업손실 1조 5401억 원이다. 전년 3조 2495억 원에 이어 2년새 영업손실만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내부 구조조정을 위해 36조 7458억 원이던 부채를 34조 2339억 원으로 줄였지만, 자기자본은 16조 6386억 원에서 15조 4990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재무 여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744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수주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돈이 돌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도 전년의 5915억 원에서 1469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데 급급해졌다. 2014년엔 28조 5500억 원을 빌려 27조 5838억 원을 갚았는데, 작년에는 25조 1724억 원을 빌려 25조 476억 원을 갚았다.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정도로 벌이가 어려웠던 셈이다.
국제원자재 시장의 부진과 이에 따른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당장 외부 경영환경이 나아지기는 힘들다.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지급한 급여총액은 2조 1452억 원, 1인당 7827만 원에 달한다. 남자직원의 경우 1인당 평균 8033만 원이다. 3000명을 줄일 경우 2400억 원가량을 줄일 수 있다. 급여뿐 아니라 고용에 따른 다른 비용도 함께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5000억 원 정도 줄일 수 있다. 퇴직금 등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3조 원에 달하는 판매관리비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유동자산이 27조 1760억 원으로 유동부채 23조 606억 원보다 많아 현금유출만 막을 수 있다면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더 악화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자산매각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나 하이투자증권 등 비주력 계열사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나 3조 원대 손실이 반영되면서 대우조선의 부채는 3조 원 이상 늘고, 자기자본은 2조 5000억 원 이상 급감, 자본잠식에 빠졌다. 영업현금흐름도 3년째 마이너스다. 수주와 수금은 안 되는데 돈만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매출은 현대중공업의 3분의 1이지만 직원 수는 약 1만 3200명으로 현대중공업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평균 급여는 750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연간 급여 지출만 1조 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이 감원을 할 정도면 대우조선 역시 대규모 감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지난해 부채가 약 1조 5000억 원 늘고, 자기자본이 1조 3000억 원 줄어드는 등 재무상황이 나빠졌지만 영업 현금흐름은 플러스다. 빚도 갚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중공업만 감원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의 직원 수는 1만 3974명으로 대우조선보다 많다. 평균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덕분에 평균급여가 7100만 원으로 비교적 적지만, 연간 급여지출만 1조 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가 대우조선보다도 작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