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로 270명 가까이 백수 신세…야당 신인 의원들은 좋은 브레인 찾기 구인난
국회의사당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19대 총선에서 152명이 당선돼 과반이었던 새누리당은 지금 보좌진 270명 가까이가 백수 신세가 됐다. 20대 총선에서 122석이 됐으니 30명의 국회의원이 줄었고 식솔 9명(보좌진 7명+인턴 2명)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 것이다. 그나마 지역구를 같은 당 소속에게 물려주게 된 의원실은 보좌진 세습(?)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상대 당이 당선된 곳은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20년 가까운 경력의 새누리당 보좌관은 “우리야 ‘노땅’이고 할 만큼 했지만 키워야 할 자식들이 딸린 후배들 처지가 너무 딱하다”며 “후배들과 원서가 겹친 곳에는 어필도 안 하고 있다. 그야말로 피난민 상황”이라고 했다.
총선 참패로 여당의 힘이 빠지고 대통령 레임덕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라 ‘국회 밖’ 구직도 쉽잖다. 모두가 몸을 사리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감사 자리 하나도 봐주기가 여의치 않단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으로 차마 가지는 못한다. 철새 보좌관으로 찍혀도 생활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40대 비서관은 “이 참에 국민의당으로 갈아타야 하나, 묻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결코 적지 않다”고 푸념했다.
더민주는 상황이 반대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즉 민보협은 소속 보좌진에게 최근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겨서 참 행복합니다. 그 흥분과 감격이 여전합니다. 구직을 희망하시는 분들께서는 활동하신 상임위 위주의 경력, 희망 상임위와 희망 직급 및 희망 업무가 포함된 이력서를 ○○○@△△△.com으로 금요일 오전까지 보내주시면, 간단한 파일로 풀을 만들어 추천을 희망하시는 당선인들에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선인 측이 원하는 보좌진의 이력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힘닿는 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보겠습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무적 판단이 뛰어난 고참 보좌진을 찾느라 혈안이 됐다. 123석으로 원내1당이 된 더민주는 절반 이상이 초선이고, 국민의당 비례대표도 마찬가지여서 말 그대로 구인난이다. 1호 입법안은 늘 언론에 회자되기 때문에 희망 상임위에서 오래 활약한 정책보좌관이나 비서관 찾기에도 아주 적극적이다. 다선 의원실의 보좌진은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고, 출신 학교에 좋은 인재나 재원을 묻는 등 ‘자기 사람 심기’에도 한창이라고 전해진다.
정치부 기자들도 상한가다. 새누리당 보좌진으로부턴 자신이 갈 곳을 알아달라는 부탁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 당선자들로부터는 좋은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으로 몸값이 올라갔다. 배필을 서로 잘 맞춰주면 든든한 취재원이 생기는 셈이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예상 밖의 총선 결과가 여의도 풍경을 많이도 바꾸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