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인천서만 할랍니다
▲ 사진=SK 와이번스 홈페이지 | ||
‘팬티쇼’ 때문에 이만수 코치의 고향인 대구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지난 5월 22일부터 SK가 시즌 첫 대구 원정 3연전을 치렀다. 90년대 후반 삼성 구단과의 갈등 속에 쓸쓸히 미국 연수를 떠났던 이만수 코치가 고향에 나타나자 대구구장의 팬들이 반갑게 맞이한 것은 당연했다. 그 가운데 한 대구 팬이 경기 전 보호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대구구장에서도 팬티쇼를 해 달라”고 말을 걸었다. 이만수 코치는 “우리 집(인천)에서야 할 수 있지만 남의 집(대구)에서까지 할 수는 없다”며 미소를 띤 채 정중하게 거절했다. 짧았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대화였다.
대구상고 출신의 이만수 코치에게 진정한 ‘우리 집’은 어디일까. 현재 SK에 몸담고 있지만 분명 고향 팀에 대한 그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구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만수 코치는 여전히 ‘헐크’라는 별명과 함께 최고의 선수로 남아 있다. 그런 이만수 코치가 대구구장을 ‘남의 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SK가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이 코치를 수석코치로 확정했을 때 ‘3년 정도 지난 뒤에 이만수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된다는 약속을 미리 받고 온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 바 있다. 사실이야 어떻든 이만수 코치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SK에서 뿌리를 박아야 하는 입장이다. ‘팬티쇼’는 인천에서만 할 수 있다는 이만수 코치의 말 속에는 그래서 나름의 의미와 아픔이 담겨있는 셈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