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대결’ 제2라운드 “홍만아 기다려”
▲ 9월 격투기 데뷔전을 앞두고 맹연습중인 ‘원조골리앗’ 김영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영현의 파이터 변신이 초미의 관심을 끄는 까닭은 2년 먼저 K-1으로 뛰어들어 특급 파이터로 성장한 4년 후배 최홍만(27·218cm, 160kg) 때문이다. 김영현이 최홍만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씨름판이 아닌 링에서 둘의 역사적인 맞대결이 가능할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최홍만 측은 “이미 세계적인 파이터로 성장한 최홍만이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김영현과의 맞대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무에타이의 선구자격인 공선택 관장은 “(나와)훈련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전 최홍만이 이긴 선수들이라면 지금 당장 (김영현이)붙어도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모래판이 아닌 링에서 맞붙어 봐야만 알 수 있다. 현재 김영현의 파이터 성공여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겹치고 있다. 낙관론은 씨름에서 김영현이 최홍만보다 한 수 위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실제로 김영현은 3회(98, 99, 2004년)나 천하장사에 등극했고 백두장사 13회 등 통산 35회나 우승했다. 반면 활동기간이 짧았던 최홍만은 천하장사 1회, 백두장사 2회에 불과하다. 상대전적도 8승3패로 김영현이 우세했다. 여기에 강한 승부근성과 성실성도 김영현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김영현이 2005년 신창건설 해체 이후 운동을 1년 넘게 쉬었고 최홍만보다 네 살이나 많은 32세로 체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최홍만이 세계적인 강자들과 싸우며 파이터로서 경기력을 이미 검증받은 반면 김영현은 변수가 너무 많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길고 짧은 건 직접 재봐야 아는 법. 하지만 최홍만과 김영현의 대결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도 최홍만이 곧 병역의 의무를 치러야 하고 김영현을 영입하려는 K-1 측이 이 세계적인 흥행카드를 썩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빅뱅’은 언젠가는 성사될 것이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한 씨름인에 따르면 실제로는 김영현이 최홍만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선배 김영현이 217cm로 모래판을 주름잡고 있을 때 ‘제2의 골리앗’을 표방한 최홍만이 프로에 뛰어들며 키를 218㎝로 발표했다는 것. 사실 김영현은 2006년부터 ‘조용히’ 격투기 입문을 준비했다. 공선택 관장을 만나기 전 이미 2~3곳의 격투기 도장을 경험했다. 성격이 예민하기로 유명한 김영현은 이를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 운동을 하면서 기량 향상과 자신감이 붙으면 그 후에 공식적으로 격투기 데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운동보다는 해당 도장의 얼굴마담이나 심지어 스폰서 노릇을 하는 등 격투기와의 인연맺기는 순조롭지 않았다.
“체육관 입구 카운터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그늘이 지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왜 왔냐구 하니까 운동을 하러왔다고 하더군요. 그럼 하라고 하니까 개인지도를 원한다고 말하대요. 개인지도는 비싸서 60만 원을 내야한다고 했는데 다음날 바로 60만 원을 들고다시 왔어요. 그제야 이것저것 물었고 김영현 선수라는 것을 알았죠. 본인도 황당했고 저도 그랬어요.”
어쨌든 ‘일반 관원’ 김영현은 3개월 만에 파이터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룬다. 로드워크도 처음엔 4km밖에 못했는데 이제 10km를 거뜬히 소화하고 태권파이터로 유명한 박용수와의 스파링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9월에 공식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고 이것이 언론에도 알려졌다. 185cm, 96kg의 공선택 관장은 “체력과 기량도 훌륭하지만 정신 자세가 지금까지 지도했던 선수 중 최고”라고 설명했다.
그럼 김영현이 격투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은 “프로씨름계 붕괴 후 샅바를 놓고나서 할 일이 없었다.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최홍만을 비롯한 격투기 열풍을 접하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김영현은 최근 공 관장과 10년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K-1의 주최사인 FEG, UFC 등과 전속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김영현의 이동수단은 무엇일까. 서두에서 언급한 4륜 오토바이다.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워낙 몸집이 크다 보니 좌석을 개조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도저히 타고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차에 농업용 트랙터로 개발된 바퀴가 4개 달린 오토바이를 외국잡지에서 봤다. 워낙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해 당장 수입해 타고 다니고 있다. 당초 <일요신문>에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농업용 장비를 도로에 끌고 다니는 것이 혹시나 문제가 될 수 있어 취소했다. 경찰들이 봐도 워낙 김영현의 상황이 특수한 까닭에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최홍만의 말단비대증 논란에 대해서도 김영현은 의미 있는 사실을 공개했다. 자신도 비슷한 증세가 있었고, 프로씨름 초창기에 이미 치료를 받아 완치했다는 것. 치료 후 씨름선수로 최고의 기량을 뽐냈고 후유증이 없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