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정책위의장에만 ‘조명’ 판단…레임덕 정국 성과 내기도 녹록지 않아
그간 주로 3선의 중진의원들이 맡아 왔으며 박근혜정부 하반기 국정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당내 경제통이나 협상력이 검증된 인사가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대구·경북(TK) 의원이 없어 계파와 지역 안배 차원에서 TK 의원들의 몸값이 올라간 상황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글쎄”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TK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A 의원은 “솔직히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말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3당 체제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대한 조명이 국민의당으로 쏠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현 정부 임기 말 레임덕 정국에서 아무래도 성과를 내기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주변의 조언이 많았다고 했다. 원내지도부도 정부에 큰 힘이 있을 때 이야기지 지금은 때가 아니니 정중히 거절하라는 당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의원은 “A 의원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굳이 다른 원내대표 후보와 손을 잡아서 껄끄러운 관계가 되는 것은 싫다”고 했다. 그 역시 정책위의장이란 자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 당이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싸울 때냐. 국민의당처럼 합의추대 형식으로 당의 화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19대 국회 원내지도부에서 TK 의원들은 빠진 적이 없다. 초대 원내지도부에선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냈고, 이어 최경환 의원이 그 바통을 받았다. 3대에는 주호영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4대에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됐다. 유 의원이 ‘배신의 정치’ 파문에서 물러나면서 기형적으로 탄생한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 조합에서만 빠졌을 뿐, 당내 주요직에선 TK 의원들이 상한가였고 또 서로가 원내지도부에 도전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서로 직을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국회 탓’만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책위의장이 이슈를 선제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청와대로부터 항상 숙제를 건네받는 통에 능동적으로 일할 수 없는 분위기인 데다가 총선 참패로 박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불만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책위의장 하마평에 오른 몇몇 인사들이 원내대표 후보군의 러브콜을 뿌리친 것에는 총선 참패에 대한 청와대의 반성은 고사하고 오로지 여당의 잘못, 국회의 무능만을 지적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란 정치적 함의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레임덕은 이미 여당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