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주머니에 ‘아웃’은 없다
▲ 선동열 감독 | ||
프로를 대표하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팀 감독들. ‘지도자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팀의 수장으로 그라운드와 코트를 진두지휘하는 그들이 얼마나 벌고 어떤 대우를 받으며 어떤 환경 속에서 피 말리는 감독 생활을 힘들어하면서도 즐기고 있는지 밀착 취재해 봤다.
한국에 8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프로야구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까. 연봉과 계약금이야 이미 모두 공개돼 있다. 이 같은 알려진 금액 외에 구단에서 제공되는 차량이라든가 일종의 비자금 성격인 판공비, 여타 보조금 등을 통해 감독들이 받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팀마다 일정 부분 차이가 있는데 이는 해당 감독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구단 자체 내규 혹은 전통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최근 몇 년간 두산 김경문 감독이 ‘가장 열악한 환경의 사령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십 수 년간 감독에게 차량을 제공하지 않았다. 예전 윤동균 감독 시절 이후 차량 지원을 없앴다고 한다. 특별히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큰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 이전에 두산 지휘봉을 오랫동안 잡았던 인물이 바로 김인식 감독이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은 운전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두산은 감독에게 차량을 제공하지 않는 구단으로 인식됐다. 김경문 감독은 그래서 본인 소유의 하얀색 그랜저 XG로 출퇴근했다. 그랬던 두산 프런트가 올해 들어 “우리도 감독에게 차를 제공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경문 감독은 3개월 전 검은색 그랜저TG 270의 운전석에 앉을 수 있었다. 진정한 오너드라이버가 된 셈이다.
▲ 김인식 감독 | ||
이에 반해 한화 김인식 감독은 8개 구단 중 가장 ‘저렴한’ 차량을 제공받고 있다. 한화는 예전에 감독에게 EF 소나타를 배정했었는데 1년 전에 NF 소나타로 바꾸었다. 운전을 하지 않는 김인식 감독은 NF 소나타를 유지훤 수석 코치에게 마음대로 쓰라고 배려했다.
김인식 감독이 운전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70년대에 딴 면허가 있긴 하지만 ‘장롱 면허’가 된 지 오래다. 김 감독은 “젊었을 때부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보니 술을 많이 마시고 살았다. 운전할 기회도 필요성도 못 느낀 게 습관이 됐다”고 밝혔다. 두산 시절에 김인식 감독은 차량 제공이 없었던 대신 구단으로부터 택시비를 정산받았다.
LG의 감독 차량은 작년까지 그랜저였다. 그런데 작년 말 김재박 신임 감독이 온 뒤 에쿠스330으로 바뀌었다. 김 감독은 현대 시절에도 에쿠스를 몰았다. LG 입장에선 ‘모셔온’ 김재박 감독에게 본래 타던 차보다 한 등급 낮은 종류를 제공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에쿠스로 업그레이드했다.
SK 김성근 감독의 경우도 그랜저 TG 모델이다. SK는 특히 운전기사도 함께 배정했다. 김성근 감독은 직접 운전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롯데 강병철 감독도 그랜저TG를 제공받았다. KIA 서정환 감독은 KIA가 생산하고 있는 오피러스 고급형을 제공받았다. 현대 김시진 감독도 검은색의 그랜저 TG270 모델이다.
▲ 김재박 감독 | ||
LG로 옮긴 김재박 감독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법인 카드를 받았다. LG는 판공비에 대해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8개 구단 감독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도 법인카드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무제한 쓸 수 있는 카드다. 삼성 직원들에 따르면 선 감독은 2005년에 카드를 가장 많이 썼고, 작년에 조금 줄었다가 올시즌에는 거의 안 쓰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공교롭게도 작년 봄 이후 선 감독이 건강 문제로 술을 자제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감독들에게 보통 월 150만~200만 원의 활동비가 지급되고 있다. 감독들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시켜줄 때 쓰기도 한다. 때론 성적이 좋은 어린 선수에게 20만~30만 원씩 개인적으로 상금을 주기도 한다. 휴대전화 비용이라든가 유류비 등도 실비 정산이 된다. 간단히 말해서 감독은 본인 지갑을 열 일이란 친구 만나는 자리 정도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