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한마디 못하는 ‘미국박사’ 수두룩
△B대 C 교수 - 지도교수의 학술지 및 단행본 짜깁기 해 박사학위 취득. 이후 2006년 B 대 교수 임용.
△D 대 E 강사 - 체육과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표절 사건 발생. 한국교육학술정보원(리스포유) 지적으로 학위 및 논문 취소.
△인천모대학 F 교수 - 영어구사력 의심스러운 가운데 해외에서 취득한 박사학위로 교수 임용.
△몇몇 유명 골프 티칭프로 - PGA 클래식 A 취득 여부 불확실과 이력서 부풀리기 의혹.
이상은 <일요신문>이 무술전문사이트 ‘무카스뉴스’와 함께 공동으로 취재한 ‘체육계 학력위조 및 논문표절 실태’ 1차 조사 결과 나온 의혹들이다. 태권도와 골프, 그리고 육상 등 일부 종목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체육계의 학력위조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취재의도 및 관련 사항을 1차로 보도한 무카스의 해당 뉴스에는 벌써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고, 학력위조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주로 대학 등 교육기관에 몸담고 있는 체육인들의 학력위변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기초종목인 육상은 경기인 수가 많은 만큼 초·중·고·대학에 몸담고 있는 경기인 출신 교육자가 많다. 한 40대 육상인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육상계에는 정말이지 누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박사 교수님들이 다수 있다. 어떻게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한 마디도 못하면서 학위를 받아올 수 있는가. 이를 바탕으로 대학교수도 되고 유명한 지도자가 된다”고 개탄했다. 이 육상인은 실명을 들어 몇몇 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외국 비인가대학에서 받아온 박사학위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논문 표절 등의 부정행위가 마치 전통처럼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정상적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태권도 등 무도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유명한 교수들의 학위가 문제로 떠올랐다. 아예 유학을 가지 않고 비인가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현재 검찰조사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선 태권도장에서는 관장들이 장사를 위한 홍보용으로 국내외 유명 태권도학과를 나온 것으로 과대 포장을 하고 있다. 정식 졸업이 아닌 단기 프로그램 연수를 버젓이 졸업으로 둔갑하거나 비인가 학위를 가지고 ‘태권도 박사’로 행세하고 있다. 이렇게 부당하게 학위를 취득한 사람 중 일부는 현재 대학 및 체육단체 등에서 교수와 고위 간부로 활동 중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대규모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도현 사범은 “미국은 태권도장이나 개인 교습소의 간판에 아예 칼리지(College)를 넣어도 무방하다. 한국으로 치면 동네 태권도체육관에 ○○태권도대학으로 간판을 내거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연수한 것을 학위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레슨 문화가 발달돼 있는 골프계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골프 레슨 관련 단체는 미국에서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 사람들이 주축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한국에도 레슨 프로 자격증을 발행하는 단체가 여러 곳이 있지만 미국은 더할 나위 없다. 검증되지 않은 단체에서 티칭 프로 자격을 받은 후 국내에 들어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PGA 클래스 A와 같은 자격증은 미국에서 받기가 어려운데 유사자격증을 획득한 후 ‘정품’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다.
외국의 비인가대학이나 돈벌이가 목적인 교육기관은 학위 과정을 개설해 현지에 가지 않고(가더라도 며칠) 학위를 쉽게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유행하는 외국 사이버대학의 경우 한국인이 총장 또는 설립자이며 국내에 사무실을 두고 학생을 모집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