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마법 풀린 지가 언젠데… 토종 감독 향해 ‘떼굴떼굴’
▲ 올림픽팀과 더불어 차기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꼽히고 있는 박성화 감독과 K리그 전 감독들. | ||
# 국내파냐 해외파냐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의 첫 번째 과제는 국내파로 할 것인가 해외파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완성한 뒤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에게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맡겨왔다. 하지만 쿠엘류,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은 ‘히딩크 신화’에 비교되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3류 감독으로 낙인찍혀 초라하게 보따리를 싼 감독도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국내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 국내 지도자는 “비싼 연봉을 주며 외국인 감독을 데려와 목적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가. 외국인 감독의 장점이었던 정보력, 지도력은 이제 국내 감독들도 지니고 있다. 국내 지도자는 통역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지도 효과도 더 높다”며 국내 지도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위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첫 번째 기술위에서는 외국인 지도자보다 국내 지도자들에게 무게감이 더 실렸다는 후문이다.
# 경험 풍부한 노장?
그렇다면 새로이 대표팀을 이끌 국내 지도자는 누구인가. 이영무 위원장은 “K 리그 감독들도 후보군에 올라있다”고 힌트를 줬다. 그렇다면 우선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김호-김정남 감독이 떠오른다.
올 시즌 대전 시티즌 감독으로 복귀해 ‘고종수의 부활’과 ‘6강 드라마’를 연속 히트시킨 김호 대전 감독은 지도력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울산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김정남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미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두 감독의 경력도 화려하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두 노장이 ‘독이 든 성배’를 드는 모험을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축구협회 또한 ‘과거로의 회귀’라는 이미지를 원치 않는 분위기다. 기술위 회의가 열리기 며칠 앞서 만난 축구협회의 한 최고위 간부는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놓고 두 차례 정도 회의를 했다. 아무리 후보자가 없다 하더라도 김호 감독이나 김정남 감독을 다시 데려올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 히딩크. | ||
K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학범 성남 감독과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비상을 이끌었던 장외룡 감독, 그리고 현재 야인인 조광래 전 서울 감독도 후보군에 넣을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탁월한 전술 능력과 카리스마로 성남을 K리그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축구종가 영국에 유학 중인 장외룡 감독은 지도력은 검증 받았지만 대표급 지도 경력이 없어 머리가 큰 선수들이 믿고 따를지 확신할 수 없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기술위는 아직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분위기다.
# 귀네슈와 파리아스?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파 감독인 귀네슈 FC서울 감독도 파리아스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가능성이 있다. 비록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지만 귀네슈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국제적인 명장으로 공인받았다. 파리아스 감독도 이동국, 오범석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공백 속에서도 팀을 FA컵 결승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두 감독이 ‘국내파 대세론’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대표팀 감독 겸임?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다.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임되는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을 대비하게 된다. 2010년 월드컵에는 현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이다. 또 최종예선과 본선에는 박지성 설기현 이동국 이천수 등 유럽파들이 가세하겠지만 3차 예선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중심으로 치르게 된다. 현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인 박주영 김승용 김진규 백지훈 오장은 등은 박성화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지도해 온 선수들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A는 “선수들이 박성화 감독을 잘 따른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며 박성화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박 감독이 11월 21일로 끝나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본선 티켓을 따낸다면 축구협회는 박성화 감독을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를 얻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밝힌 인선 작업의 데드라인은 ‘11월 말’이다.
▲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귀네슈 감독(왼쪽)과 파리아스 감독. | ||
축구협회 입장에서 대표팀 감독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축구협회는 최근 나이키와 4년간 490억 원(현금 250억 원, 현물 240억 원)이라는 매머드급 후원 계약을 맺었다. 축구협회는 나이키 외에도 하나은행 교보생명 현대자동차 삼성 아시아나 등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축구협회와의 후원 계약에 힘을 쏟는 이유는 축구대표팀을 통한 마케팅을 통해 투자 이상의 가치를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의 국민적 분위기를 돌아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대표팀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와 같은 후원 계약이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주 중국 충칭에서 만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초기 축구협회는 한 해 30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지금은 매년 500억 원 정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5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가 10억 원에 가까운 연봉과 최고급 호텔 수준의 숙식, 운전사가 딸린 자동차를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제공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감독의 지도력에 따라 협회의 살림살이 전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력 스포츠칸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