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여자친구·아이오아이 등 급부상…넘버원 없는 틈에 신진그룹 ‘픽미픽미~’
가요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확실한 1등’이 없다는 의미다. 물론 상징적인 존재인 소녀시대, 2NE1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멤버가 1명씩 이탈하고 각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 몰두하며 그룹으로서 활동은 더딘 편이다.
이들에 대해선 “이미 전성기는 지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 내 한류 1위 걸그룹이었던 카라는 사실상 해체했다. 니콜, 강지영이 탈퇴하며 힘이 빠진데 이어 구하라, 한승연 등 핵심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선택하며 당분간 그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녀시대 등이 누리던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에이핑크, 씨스타 등의 활동도 올해는 아직까지 잠잠한 편이다. 에이핑크는 메인 보컬 정은지가 솔로 활동에 몰두하고 있고 씨스타 역시 다솜은 연기, 소유는 솔로 활동 비중이 높다.
이런 상황을 틈타 신진 걸그룹은 오히려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마무, 여자친구, 트와이스, 러블리즈 등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뚜렷한 순위를 매기기 어려울 만큼 각기 다른 개성과 색깔을 앞세워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이들 중 어느 한 팀이 크게 도약한다면 에이핑크와 씨스타, AOA 등이 형성하고 있는 그룹에 편입될 수 있다.
마마무
일단 마마무는 ‘보컬 그룹’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최근 발표한 ‘넌 is 뭔들’과 ‘아이 미스 유’ 등이 넓은 연령층의 고른 사랑을 받았다.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솔라와 휘인 등은 각종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마마무의 가장 큰 강점은 그들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김도훈 프로듀서다. ‘썸’을 비롯해 숱한 히트곡을 만든 그는 마마무에게 중독성 강한 노래들을 공급하며 마마무의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노래가 좋아서’ 뜬 걸그룹의 대표주자는 여자친구다. ‘유리구슬’과 ‘오늘부터 우리는’에 이어 최근 발표한 ‘시간을 달려서’가 3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신진 걸그룹 중 두각을 보이고 있는 여자친구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가요계에서도 비교한 중소 기획사가 일군 성과라 더욱 값지다. 연이어 청순함과 소녀 이미지를 강조한 여자친구는 소녀시대, 에이핑크의 초창기 모습에 가장 가까운 걸그룹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약점은 그룹과 히트곡이 유명한 반면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자친구’라는 그룹명답게 실제 나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함과 익숙함이 강점인 동시에 평범하다는 평도 있다. 때문에 요즘은 각 멤버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요즘은 트와이스와 러블리즈의 맞대결이 볼만하다. 두 걸그룹은 같은 날 쇼케이스를 열며 남모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인 트와이스는 지난해 발표한 ‘우아하게’가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신곡 ‘치어 업’을 발표하고 치어걸 콘셉트로 활동 중이다. 대만인 멤버 쯔위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기를 흔든 것이 양안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쯔위는 피해자’라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동정 여론까지 가세해 그룹 전체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맞서 러블리즈는 가수 윤상이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데스티니’로 맞불을 놓았다. 트와이스의 ‘우아하게’에 비슷한 느낌을 가진 ‘아 츄’로 대적했던 러블리즈가 이번에는 발랄함보다는 깊은 감성과 여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곡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초반에는 인지도를 앞세운 트와이스가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걸그룹을 보유한 대다수 기획사들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걸그룹은 따로 있다.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발굴된 11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강력한 복병으로 손꼽힌다.
아이오아이
이들의 인기는 이미 거대한 장애물도 넘어섰다. Mnet 출신인 만큼 지상파와 종편 채널 출연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미 종편에 입성했고 KBS 2TV <도전 골든벨>에 이어 <배틀트립>과 <어서옵쇼> 등에도 줄줄이 출연하며 지상파 출연 신고식도 치렀다. 아직 MBC와 SBS는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들의 인기가 더욱 상승한다면 마냥 막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프로듀스 101>의 미션곡인 ‘픽 미’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워낙 좋았다는 것이 이들에겐 또 다른 장벽이다. 이를 뛰어넘을 만한 노래와 안무가 나오지 않는다면 높은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게다가 8개 기획사 소속 멤버로 채워진 아이오아이는 활동 기간이 1년이 넘지 않는다. 그 안에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각 소속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약속된 기간이 끝난 후 그룹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계 리딩 걸그룹이 없다는 것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업계를 주도하는 그룹이 없으니 파이는 작아졌지만 이 기회를 틈타 여러 걸그룹들이 톱클래스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최근 걸그룹들의 경쟁을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