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치적 견해’ 박·안 ‘인간적 면모’ 어필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적 견해를 표출한 글을 자주 올린다.
문 전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개수는 40만 5423개. 문 전 대표는 정치적인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다.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의원들의 연쇄 탈당 사태가 일어난 뒤에도 문 전 대표는 “탈당과 분열은 어떠한 명분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최고위 회의 발언을 페이스북에 옮겼다.
지난 2월 필리버스터 정국에선 “변호사 시절 검찰이 제 집을 압수수색한 일이 있다. 황당한 혐의를 적용해 저를 겁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분열 태풍이 휘몰아친 당을 수습하고 필리버스터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문 전 대표 페이스북엔 솔직한 감정 표현도 나타나 있다. 지난 1월 27일 그는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마음 같아선 다 놓을까, 다 던질까 생각했다.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20대 총선 직전엔 충남 당진에 출마한 어기구 후보를 거론하면서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말하더니 이제 와서 막무가내로 못하겠다고 버틴다니 참 안타깝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고 밝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가 파행으로 치닫자 상대 후보를 직접 비판한 글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문 전 대표는 때론 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4일 올린 글에선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산행길에 읽으면 딱 좋음직한 짧고 쉬운 시”라며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며>라는 시를 인용했다. 문 전 대표 측근은 “페이스북 글은 전부 본인이 직접 올리는 편이다. 문 전 대표가 워낙 시집을 자주 읽고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장항준 감독 부부, 배우 장현성과 함께한 모습을 올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페이스북 페이지.
“옷이 날개라지요.” 지난 4월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검정색 정장에 흰색 셔츠, 그리고 빨간 나비넥타이를 입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제 날개가 어떤지요”라고 물으며 “저도 입을 땐 입는다. 패션피플”이라고 전했다. 1월 23일 올린 사진에선 “다보스포럼 특파원 임무를 마무리하고 서울에 왔다”며 ‘공항 패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박 시장은 드라마와 영화에 관한 글을 자주 올렸다. 박 시장은 3월 12일 tvN 드라마 <시그널>을 본 뒤 “소문을 듣고 몇 번을 보다 푹 빠져버렸다”며 “공부 좀 하려고 했는데 방학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듯하다. 조진웅 씨가 너무 멋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시장은 “영화 <동주>는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무한 권력에 짓밟혔던 식민지 청년의 구겨진 삶에서 위대한 삶과 지성을 배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문 전 대표 페이스북에 ‘환희, 기쁨, 분노, 회한’ 등이 담겨있었다면 박 시장의 페이스북엔 ‘미소’가 가득하다. 주로 미담과 감동 사연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분노가 유일하게 느껴지는 글이 있다.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 의혹에 관한 해명 글이다. 2월 17일 박 시장은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제기 의사 등 7명 모두 유죄 판결’이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수차례의 국가기관의 판단과 다르지 않은 당연한 결과다”라며 “마음 고생이 컸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곁은 지켜준 아들과 며느리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국민속으로’라는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정치적인 현안에 대한 입장을 페이스북에 담지 않았다. 문 전 대표와는 차이가 있다. 박 시장처럼 밝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많다. <안철수, 국민속으로> 방송에서도 안 대표는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안 대표가 유일하게 분노를 드러낸 페이스북 글은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였다. 당시 그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북한 핵실험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페이스북은 지방자치단체장 색깔이 많이 묻어 있다. 지역민과의 스킨십 사진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안 지사는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 심오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는 3월 26일 “선거는 신탁(神託-oracle)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우리 모두의 공익을 위해 힘써 일하겠다는 충성의 맹세를 주권자에게 하고 주권자로부터 국가의 공적 지위를 하사받는 과정이고 그 구체적 계약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그 전에도 “비교는 그 사람을 죽인다. 누군가와 비교되거나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일은 어떤 한 사람이 서서히 익사하는 과정”이라는 글을 남겼다.
“뮌헨의 아침, 전통시장에서 신선한 과일 주스 한잔.” 5월 3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올린 글이다. 남 지사는 “독일이나 우리나라나 시장은 늘 활기차고 부지런하다^^”며 과일 주스를 먹고 있는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누리꾼들은 “조금은 장난기 섞인 표정이다. 친근감이 느껴진다”며 수많은 댓글을 달았다. 남 지사는 2014년 아들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페이스북을 잠시 중단했지만 올해 들어 페이스북 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페이스북은 게시물이 많은 편은 아니다. 2주나 한 달에 한 번꼴로 게시물을 올리기 때문이다. 보통 비닐하우스 농가나 양식장 방문 사진 등을 게시해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최대한 노출시키고 있다. 원 지사는 “폭삭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앞에서 한 농부를 만났다. 목이 메어 말씀을 잘 이어나가시지도 못하셨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려 했는지, 이미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