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화장실 철거 중 발견…경찰 “해당 건물 1990년 지어져” 수사의지 여부 논란
지난 4월 28일 오전 11시 5분께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의 한 공장 보수공사를 하던 인부가 112에 신고전화를 했다. 공장 외부화장실 입구의 40cm 높이 시멘트를 철거하던 중 백골 사체가 발견된 것. 현장 목격자에 따르면 백골 사체는 오른쪽 다리가 접힌 채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백골 사체 옆에서 함께 발견된 마대 자루 안에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백골 사체가 덮인 시멘트에서 옷가지와 살해 도구로 추정되는 물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인천부평경찰서 강력팀과 과학수사팀은 외부인 접근을 차단하고 정밀 감식에 착수했다. 경찰은 나이와 성별을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백골화가 진행돼 백골 사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백골 사체가 발견된 지 4일이 경과한 지난 5월 2일 인천부평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골 사체가 2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백골에서 두개골 함몰이나 골절 등 살해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타살에 의해 사체가 유기됐을 가능성에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3주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기 실종자와 공장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골 사체가 발견된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의 한 공장 외부화장실.
이틀 후인 5월 4일 인천부평경찰서는 백골 사체가 발견된 공장의 외부 화장실이 공장이 설립된 1990년에 지어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사건이 타살에 의한 사체 유기 사건이라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찾거나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지난 2007년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됐다. 따라서 이 사건이 1990년에 발생했다면 당시 현행법에 따라 공소시효는 15년이 적용돼, 이미 2005년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즉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백골 사체가 발견된 공장 인근의 다른 공장 인부들은 인천부평경찰서가 밝힌 외부화장실 설립 시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한 공장 인부는 “화장실 외벽과 백골 사체가 발견된 시멘트의 색깔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보기에 사체 발견 부분은 1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고, 다른 공장 인부도 “백골 사체가 나온 건 화장실 안이 아닌 화장실 입구였는데, 경찰이 왜 화장실 설립 시점을 공개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백골 사체가 발견됐을 때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도 이들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백골이 누리끼리한 색이었다”면서 “백골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으나 10년 안팎의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두 공장 인부는 사건 발생 시점을 2004년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한 공장 인부는 “현장에 나온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사망 시점을 12~14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말해줬다”며 “경찰이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을 텐데, 왜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20여 년간 인근 공장에서 일한 한 공장주는 “후라이팬 공장이 있었던 2004년 추석으로 기억한다”면서 “공장주가 명절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2층에서 생활하던 외국인노동자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한동안 공장을 운영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체류자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들 속에 여성 외국인노동자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공장주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던 터라, 경찰 조사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밝힐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004년 추석은 9월 28일 화요일이었다. 당시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졌다.
경찰은 20여 명의 공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공장 관계자들은 “근무한 지 너무 오래돼 기억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인천부평경찰서 김경호 형사과장은 “수사 중인 사건인 데다 수사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어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온 이후 수사의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백골 사체가 발견된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버스 종점에서 걸어서 10분 들어와야 하는 마을”이라면서 “공장부지인 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밤길이 무섭다”고 지적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