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진 골프계 해결책은 ‘회장님뿐’
▲ 임진한 프로 | ||
―언제 귀국했나?
▲지난해 12월 말 후보 사퇴 후 너무 말이 많아 미국으로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반대였다. KPGA가 두 쪽으로 갈리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글들이 KPGA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배되는 등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악화되는 것 같아 지난 12일 급히 귀국했고, 5일 동안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일단 내일(18일)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박삼구 현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후보 등록 후 철회로 요약되는 KPGA 사건은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내막을 모르는 독자도 많을 듯 싶다. 임 프로가 김덕주 프로(65)와 함께 제13대 KPGA 회장 선거에 입후보했고 그러자 단독추대를 기대하며 먼저 후보등록을 한 박삼구 회장이 돌연 사퇴했다. 이어 두 프로가 사퇴했지만 박삼구 회장은 이미 마음이 돌아선 상태로 알려져 있다. 내용이 맞나.
▲큰 팩트는 맞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다. 나와 김덕주 프로가 상식적으로 회장직에 욕심이 있으면 정관대로 선거를 치렀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장을 할 마음이 없으면서 왜 출마를 했는가.
▲맞다. 그 점이 핵심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KPGA 회장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해 12월 17일 제13대 KPGA 협회장 선거에 후보로 등록했다. 마감 10분 전이었다. 이번 사건의 문제의 본질은 바로 현 KPGA 집행부와 협회 원로들 사이의 불화에 있다. 박삼구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집행부는 원로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2007년 11월 이사회 때 박 회장이 일단 연임을 한 후 6개월이든 1년이든 좋은 사람이 나올 때까지는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원로들의 모임인 고문위원단은 집행부에 ‘박삼구 회장의 연임은 좋다. 하지만 회장님께 몇 가지 사안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현 집행부는 이를 무시했다. 이렇다 할 해명 없이 그냥 협회 홈페이지에 회장 선거 입후보 공고를 내버렸다.
▲ 박삼구 회장 | ||
▲그렇다. 회장 입후보 공고는 12월 11일이었고, 나는 13일까지 일본 시니어투어 Q스쿨을 치른 후 14일 귀국했다. 입국한 날 바로 일부 원로들의 호출이 있었고, 새벽 1시 30분까지 집요하게 출마를 권유받았다. 물론 처음에는 고사했다. 하지만 KPGA의 막힌 언로를 뚫는다는 생각으로 사퇴를 전제로 한 입후보를 승낙했다. 꼭 입후보를 하지 않더라도 마감일 전(17일)에 충분히 원로들의 뜻을 회장님께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더 중요하게는 총회를 염두에 뒀다. 추대형식으로 박삼구 회장이 연임했다 하더라도 언로가 막혀 있는 현 구조에서는 총회 자리가 시끄러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막고 싶었다.
―그렇게 입후보를 했다면 박삼구 회장의 후보 사퇴 이전에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는가.
▲모든 노력을 다했다.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도 협회 이사인 선배에게 전화를 해 “원로들의 뜻을 회장님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가 중간에서 도와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비서실에 전화를 해 박삼구 회장에게 ‘언제 어디서든 5분만 만나 달라’는 면담 요청까지 했다. 그런데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책임은 협회 집행부에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맞다. 먼저 박삼구 회장을 단독 추대하는 과정이 잘못됐다. 협회 이사 몇 명이 결정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원로들이나 회원 전체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둘째, 원로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이를 무시하고 입후보 공지사항을 게시하는 등 선거 절차를 강행했다. 셋째, 가장 중요하게는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집행부는 진위파악과 의견수렴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그 점이 가장 답답하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KPGA가 심각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대승적으로 원로그룹과 집행부 등 모든 회원이 뜻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박삼구 회장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기간이 얼마가 됐든 KPGA의 회장을 맡아 당분간 협회를 이끌며 화합에 도움을 줘야 한다. 원로들의 의견을 박삼구 회장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달만 했으면 그만인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