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도 절세 기술은 ‘아마추어’
기본적으로 프로스포츠 선수는 세법상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굳이 따지자면 ‘전문직’이고 ‘고소득’인 경우가 많아 전문직 고소득 자영업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소득세법에 따라 연간소득 1000만 원 이하는 8%, 1000~4000만 원대 소득자는 17%, 4000~8000만 원대 소득자는 26%, 8000만 원 초과 소득자는 35%의 소득 세율이 적용된다. 물론 각종 경비처리 등 환급제도를 통해 절세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연봉이나 골프에서의 상금도 마찬가지로 관리된다.
문제는 계약금이다. 프로야구 선수의 FA(자유계약) 대박이나 골프선수들의 스폰서 계약은 선수들의 실력이나 지명도에 따라 수십억 원의 계약금이 오고 간다. 예전에는 이 계약금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기타소득은 사업 외 발생하는 소득으로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 사업소득이 실제로 지출한 돈에 대해서만 비용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계약금 액수가 큰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프로골퍼 A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A는 2002년 말 국내 이동통신업체와 3년간 30억 원의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5억 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 30억 원의 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필요경비 75%를 적용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2006년 말 A에게 전속계약금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며 4억 원이 넘는 세금을 더 내라고 통보했다. A는 이에 불복, 이의를 제기했지만 올 초 국세심판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금액이 크고 당사자가 유명골퍼인 까닭에 문제가 불거져서 그렇지 이 사안은 국내 스포츠 중 가장 시스템이 발전돼 있는 프로야구에서도 2004년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2003년 정수근, 진필중, 마해영이 각각 총액 40억 원(6년), 30억 원(4년), 28억 원(4년)의 FA대박 신화를 이룬데 이어 2004년 겨울 심정수가 60억 원(4년)의 잭팟을 터뜨리면서 세금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1년 6월 대법원이 연예인들의 전속계약금을 사업소득이라고 유권해석하면서 연예계 세금폭탄이 터진 이후 프로야구선수들도 줄줄이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나진균 사무총장은 “당시 국세청이 FA초창기인 2000년까지 소급적용하면서 마해영 양준혁 등 유명선수들이 살던 집을 팔아 세금을 내는 등 선수들의 고충이 심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 총 소득의 40%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있다. 이는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보다 오히려 세금 부담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절세 방법이 있지만 한국은 관련 세법이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들은 다른 자유직업자와 달리 유리알처럼 투명한 소득을 근거로 정직하게 납세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결국 프로골퍼 A는 예전의 ‘기타소득 조항’을 이용해 절세를 시도했지만 이것이 되려 세금폭탄으로 되돌아와 뭉치 돈을 내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즉 연예계나 프로야구 등의 사례를 조금만 참조했더라면 이번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액 소득을 올리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은 세금문제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지만 현재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조세정책이 크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일반 자영업자들의 경우 사무실 임대료, 원자재비, 인건비 등 경비처리가 손쉽고 매출액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한 데 프로 선수들의 수입은 공개돼 있는 반면 경비처리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 선수들의 경우 보약 등도 경비처리 대상으로 인정하는 등 국세청에서도 제도보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약이나 장비 등의 명목으로 필요경비를 연간 5000만 원이나 1억 원씩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세무사회 감사를 맡고 있는 정해욱 세무사는 “연예인이나 특히 프로 운동 선수의 경우 조세제도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일반 자영업자와 동등하게 처우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국세청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인정과세(비용처리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의 과세지침)를 일반 자영업자와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2008년부터는 계약금의 경우 한꺼번에 받아도 계약기간으로 나누어 세율을 적용하도록 고쳐졌다고 설명했다. 즉 A의 경우는 3년치 계약금을 2년에 나눠받았고 이를 그대로 적용해 누진율에서 크게 손해를 봤다.
그럼 세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프로골퍼 박세리의 경우 워낙 소득규모가 크다보니 ‘세리인터내셔널’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각종 사업과 기부활동을 진행하면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박지성도 매니지먼트사인 JS리미티드를 통해 철저히 세금관리를 하고 있다. 연방세와 지방세 등 세금부과가 복잡한 미국에서도 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등 주요선수들은 법인을 만들어 세금을 관리하고 있다. 법인 설립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또 현행제도 하에서도 전문적인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각종 비용처리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해욱 세무사는 “기본적으로 조세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세금문제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대가가 나온다. 어설프게 세금을 줄이려다 할증 등의 추가과세를 당하지 말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면 성실납부와 함께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