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살리는 것… 안중 없는 것 ‘같기도’
지난 17대 대선에서 체육인들은 야당후보인 이명박 한나라당후보에게 대거 몰렸다. 당선 가능성도 높았지만 그래도 여권 프리미엄은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했다. 특히 이만재 전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눈길을 끌 만한 활동을 펼쳤다. 이명박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대통령특보단 ‘아름다운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약칭 아세사)’ 자원봉사단을 만들었다. 문성길 장정구(이상 복싱) 유남규(탁구) 이홍수(축구) 장재근(육상) 강만수(배구) 최윤희(수영)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규합해 활발한 선거운동을 했다. 이러한 체육인들의 성원에 이명박 당시 후보는 “체육담당 정부부서를 만들겠다”고 화답하는 등 ‘스포츠 프렌들리’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대한수영연맹회장과 아시아수영연맹 회장, 그리고 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에 대한체육회 이사까지 역임하는 등 스포츠와의 인연도 깊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후 인수위와 청와대 등에 체육전문가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 체육부(혹은 체육청)는 정부조직법 개편 원안에서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이런 가운데 문제는 2월 중순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공천 1차심사에서 중량을에 예비후로 등록한 이만재 후보가 탈락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2월 17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체육인들이 아세사 사무실로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체육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및 인수위 항의방문, 성명서 채택, 삭발식 단행 등 거친 대응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항의성 성명서가 몇몇 언론사에 전달돼 기사화되기도 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전국구 승계)을 지내기도 한 이만재 씨는 “이해할 수 없다. 체육계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최소한 한 명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당선인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해 나를 비롯한 아세사 등 많은 체육인들이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눈물이 날 정도로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2월 20일 오전, 다시 반전됐다. 한나라당과 인수위과 통합민주당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 최종합의를 하면서 ‘체육’이 추가됐기 때문이다(문화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이에 이만재 씨는 “국무회의에서 체육을 의제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공천을 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것만으로 일단 당선인이 체육을 존중한다는 뜻을 확인했기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18대 총선을 보면 체육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만재 씨가 첫 관문을 넘지 못한 가운데 ‘빠떼루 아저씨’로 유명한 레슬링 해설가 김영준 경기대 교수와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일단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또 통합민주당에서는 김봉섭 전 대한체육회사무총장이 서울 중랑갑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봉섭 전 총장도 “여야를 막론하고 체육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학계나 체육행정가 출신이 아닌 선수 출신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김혜진 대한체육회 감사, 김부회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이 출마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정행 용인대총장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선수와 지도자 및 체육행정가를 거치면서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할 정도로 체육계에 입지가 튼튼한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등학교(동지상고) 1년 후배이자, 포항향우회 멤버다. 김운용 전 IOC위원처럼 한나라당의 비례대표로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61회(고려대 61학번모임)’ 멤버인 천신일 대한레슬링협회장(세중나모여행사 회장), 이상철 한체대 교수, 박상하 국제정구연맹회장 등도 새 대통령의 체육계 측근으로 꼽힌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