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 못내고 한계 보여…일부에선 ‘정치생명 연장 고육책’ 비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징후는 포착됐다. 더민주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 의원은 5월 8일 원내부대표단을 발표했다. 핵심은 ‘계파 안배’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을 맡은 박완주 의원과 기동민 당선인은 각각 안희정계와 박원순계다. 여기에 원내부대표로 당선된 최인호 당선인은 친문(친문재인)계, 이훈 김병욱 당선인은 손학규계다. 우 의원도 이에 대해 “다양한 그룹, 다양한 잠재적 대선후보와의 소통을 중요시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86그룹이 같은 운동권 출신을 최소화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진영에 속한 인사들을 당 전면에 배치하자 차기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비노(비노무현)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비토론’이 여전한 만큼, 당내 모든 차기 대선 주자를 활용해 86그룹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판을 만들었다는 논리다.
매머드급 대선 판을 만들면 ‘명분’(계파 안배)과 ‘실익’(86그룹이 정치적 지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86그룹 관계자는 “내부에서 조기 대선 경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과정에서 86그룹이 캐스팅보트 역할론을 통해 정권교체에 힘을 싣는다면, 2017년 재보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에서 상당 부분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상호 원내대표’ 선출이 86그룹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시절인 2000년 총선 전후로 대거 정치권에 입문한 86그룹이 16년이 지난 현재에도 당 대표나 대권주자가 아닌 원내대표직에 머무른 것 자체가 운동권 한계를 극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86그룹은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후배들의 사다리만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물밑에서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인 바 있다. 86그룹의 캐스팅보트 역할론이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