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 대부분 약세 속 금융계열사만 성장
삼성그룹 15개 상장사 가운데 2014년 5월 9일 종가와 올 5월 9일 종가 비교가 가능한 13개 사의 주가등락률을 분석해봤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에스원 등 4개 사를 제외한 9개 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6%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지난 2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주력 삼성전자가 2.7% 하락했고,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자계열이 25.6%와 22.3%나 주가가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76.2%와 65.3%나 폭락했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도 18.2% 하락하면서 부진했다.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이른바 지배구조 핵심 종목들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금융계열사의 경우 4.2% 하락한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삼성생명이 13.8%, 삼성화재가 13.6%, 삼성카드가 2.5% 상승하며 비금융 계열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은 2014년 12월 주당 5만 3000원에 상장돼, 지난해 구 삼성물산까지 합병했다. 2014년 12월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 합은 약 18조 원이었다. 지난 5월 9일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24조 원으로 30%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는 21만 5000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만 30조 원에 달했다. 결국 삼성물산과 합병 이후 기업가치가 20%가량 하락한 셈이다.
2014년 8월 주당 19만 원의 공모가로 상장된 삼성SDS는 기업공개 석 달여 만에 주가가 43만 원에 육박했다. 지난 5월 9일 주가는 17만 3000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공모가인 19만 원보다도 9% 가까이 밑돈다.
각 사 실적도 주가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매출 229조 원에 30조 5000억 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2014년 매출 206조 원, 순이익 23조 4000억 원으로 외형과 내실 모두 역성장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200조 원에 턱걸이했고, 순이익은 19조 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63% 줄었지만 순이익은 63%가량 늘어나며 회복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삼성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7조 원을 넘었던 매출은 2014년 6조 1000억 원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6조 2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영업 적자가 확대되면서 순이익도 2013년 3302억 원에서 2014년 5089억 원으로 늘어났다가 지난해에는 고작 206억 원에 그쳤다. 다행히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매출이 18% 늘어나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자계열 가운데 이 부회장 체제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삼성SDI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2013년보다 매출은 50% 이상 늘어나 7조 5695억 원(2015년 말)에 달하지만 순이익은 2013년의 1479억 원의 17.4% 수준인 257억 원(2015년)에 불과하다. 2014년에는 80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순손익은 717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체가 어려운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경영도 더욱 악화됐다. 2013년 6322억 원의 순이익을 냈던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 2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2013년 7087억 원 적자에서 2014년 563억 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지난해 1조 3043억 원의 적자를 다시 내며 자본잠식에까지 빠졌다.
비금융계열사들이 대부분 고전을 한 가운데 금융계열사들은 선전이 눈에 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 주력사들의 매출(영업수익)과 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삼성그룹의 비금융계열사들의 주가가 고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의 실적과 주가 상승이 눈에 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
2013년 19조 3044억 원이던 삼성생명 영업수익은 2015년 27조 7059억 원으로 불어났고, 순이익도 5844억 원에서 1조 2095억 원으로 2배 넘게 커졌다. 삼성화재 역시 2013년 15조 6384억 원, 5151억 원이던 매출과 순이익이 지난해 21조 7291억 원, 8138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의 매출과 이익 역시 모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150억 원, 240억 원이던 삼성증권 수수료손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각각 5401억 원, 2750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영업수익과 순이익도 각각 2조 8471억 원에서 3조 3022억 원, 2732억 원에서 3842억 원으로 증가했다.
서비스 부문을 보면 제일기획은 2조 7000억~2조 8000억 원 매출은 유지했지만, 1000억 원이 넘었던 순이익이 800억 원대로 조금 떨어졌다. 호텔신라는 매출 2조 2000억 원대에서 2조 8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지만, 2014년 1127억 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814억 원으로 줄어들며 주가 부진의 한 원인이 됐다.
반면 그룹 내 유일한 합작사인 에스원은 2013~2015년 1조 2000억 원에 못 미치던 매출이 1조 8000억 원대로 급성장하면서 순이익도 860억 원에서 156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이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이 매각한 계열사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린다.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은 2조 6000억 원대의 매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2014년 적자전환에 이어 지난해에도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2014년 5월 9일 5만 8900원이던 주가는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2015년 1월 2만 1250원까지 추락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현재 4만 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토탈(옛 삼성토탈)은 7조 80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8조 3000억 원대로 불어나면서 5500억 원가량이던 연간 순이익이 8000억 원대까지 높아졌다. 또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은 1조 3000억 원대던 매출이 1조 2000억 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웃돌던 순이익은 지난해 9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새로운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었던 만큼 경영 성과와 주가를 이 부회장 책임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어떤 형태로든 그룹 전체 전력과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