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서 있으면 코트가 비좁다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지원(정): 추승균을 비롯해 서장훈, 임재현을 보유한 KCC가 시즌 초반 기대와는 달리 부진하게 출발했었는데요. 막판 스퍼트는 정말 대단했어요. 어떤 변화가 생긴 건가요?
추승균(추): 개막직전 우리 팀이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새로 이적한 서장훈, 임재현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이)상민 형이 나가고 저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다 바뀌게 되니까 팀워크가 가장 큰 문제가 됐죠. 외국인 선수들도 2개월 정도만 손발을 맞추고 경기에 들어갔어요. 그야말로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오늘 경기 잘 되면 내일 경기가 안 풀리는 식의 연속이었죠. 허술했던 조직력이 점점 좋아지다가 6라운드 때 절정에 오르더라고요.
정: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어요. 남다른 비결이 있다면?
추: 전 부상 방지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철저히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오전에 3시간 30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빠짐없이 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늘 30분 늦게 점심을 먹었죠. 어느새 노장이 된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스트레칭 등 유연성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부상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정: 국내 프로 무대에서 주희정 다음으로 500경기 출장 기록을 넘어섰는데 철저한 체력 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 아닌가요?
추: 저도 뿌듯해요. 자기 관리가 안 되면 이룰 수 없는 기록이죠. 식사나 보약을 잘 챙겨주신 어머니와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체력 관리와 함께 음식도 중요하거든요.
정: 올해도 자유투 성공률 90.16%로 1위에 올랐는데 벌써 다섯 번째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어요.
추: 보통 경기 중에 자유투는 몸이 힘들 때 던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전 어릴 때부터 훈련을 충분히 하고 나서 숨이 찰 때 자유투 연습을 했어요. 50개나 60개 정도 다 넣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한 개라도 안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훈련을 반복했어요. 지금은 완전히 감이 잡힌 상태죠. 이외에도 자유투는 호흡과 편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 부산 중앙고 졸업반 시절 추승균은 연대나 고대 또는 중대를 충분히 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왜 굳이 한양대를 선택했나요?
▲ 추승균과 정지원 아나운서(왼쪽)의 다정한 포즈. | ||
정: ‘독서’를 많이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운동하면서 책 읽기가 만만치 않죠?
추: 프로에 와서 독서를 하게 됐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습관이 되더라고요. 특히 경기를 지고 나서 책을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을 찾게 돼요. 보통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인데 마음이 편안할 때는 추리소설도 읽어요. 한 달에 평균 2권 정도는 읽는 것 같아요. 요즘 읽는 책은 <대망>인데요, 총 12권으로 이제 8권째예요.
정: KC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대 LG 전 승자와 만나게 돼 있는데 어느 팀이 유리해보여요(3월 27일 현재)?
추: 서로 대등한 전력이라고 보지만 큰 경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베테랑이 많은 삼성이 다소 유리하다고 봐요. 하지만 우리 팀은 정규리그에서 삼성에게 상당히 강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정: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면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동부와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정규리그에서는 KCC가 다소 고전한 편이었죠?
추: 이상하게 동부와의 경기는 잘 안 풀려요. 개개인으로 본다면 우리 팀이 나으면 나았지 밀릴 게 없다고 보는데 망친 경기가 많았어요. 우리 팀 크럼프와 동부의 오코사가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인 것도 조금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챔피언전은 단기전인 만큼 정규리그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봐요. 경험과 벤치멤버가 풍부한 우리 팀이 우승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주장인 추승균은 초반 허술했던 KCC의 조직력을 정비한 주인공이다. 서장훈, 크럼프, 로빈슨 등 득점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보니 정작 본인은 수비나 궂은 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주연급인 추승균이 조연을 자처한 덕분에 팀워크가 강해졌고 덩달아 팀 성적도 상승했다. 그 결과 팀은 4강 직행을 이뤘고 추승균은 3월의 MVP가 됐다. 감독 입장이라면 추승균 같은 스타일이야말로 ‘너무 이뻐 죽겠는’ 그런 선수일 것이다.
CJ미디어 아나운서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