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계파·지역안배’ 더민주 ‘소통·대선’ 국민의당 ‘일당백’ 고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원내대표 및 원내지도부가 국회의장과 상임위 등 20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3+3+3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국회에서 만난 더민주의 한 보좌관은 원내부대표에 대해 “원내대표의 심부름꾼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수족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원내수석부대표다. 그 아래 부대표단이 개개의 의원들과 일일이 연락하고 관리한다. 당내에서 이슈가 터지면 부대표들이 의견을 수렴해서 수석부대표에게 알려주고 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에게 보고하는 식이다. 보통 말을 잘 듣는 초선들이 부대표를 맡는다”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김도읍 의원, 더민주는 박완주 의원, 국민의당은 김관영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확정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은 대부분 초선의원들로 구성돼있지만 그마저도 ‘친박’ 일색이다. 정 원내대표는 8일 “적재적소의 실용주의, 지역 안배, 계파색 탈피를 인선 기준으로 우선 꼽았다”며 13명의 원내부대표단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명연·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강석진 당선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도 ‘친박 감별사’ 최경환 의원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당선인은 최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다. 민경욱 당선인(인천 연수을)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내부대표단을 보통 초선에게 많이 준다. 그런데 집행부와 친한 사람들 위주로 인선한다. 정 원내대표는 계파가 없다고 했지만 이미 ‘라인’이 보이지 않게 형성됐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 해도 어떻게 원내대표 마음대로 되겠나. 계파를 무시할 수 있나. 원내대표 선거부터 이미 계파가 정해졌는데 원내부대표단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 정부가 망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청와대와 교감하는 사람들을 뽑을 수밖에 없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정 원내대표가 충청 인사들도 발탁했다는 점이다. 원내부대표단엔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당선인이 포진해 있다. 앞서의 새누리당 보좌관은 “충청의 대표선수 격이었던 이완구 전 총리의 낙마와 성완종 게이트 사건으로 충청 민심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충청 민심을 달래서 대권을 잡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충청 출신 원내부대표는 “충청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대표가 새누리당의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TK) 쪽도 다르지 않다.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당선인과 정태옥(대구 북갑), 김정재 당선인(경북 포항북) 3명이 원내부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경북 안동)까지 포함시키면 TK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또 다른 보좌관은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은 어쨌든 TK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부산에서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TK를 묶어야, 부산까지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 인선의 특징은 ‘소통’이다. 더민주도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부대표단을 꾸렸다. 우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내부대표들을 활용해 더민주 전체 123명의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8일 11명의 원내부대표단 인선을 발표하면서 “지역과 각 세력과의 소통을 고려하면서도, 전문가들의 전면배치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의 또 다른 보좌관은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흔들고 원내대표 흔들어서 싸움 나고…우리당은 워낙 말이 많았다. 최근 김부겸이 문재인을 들이받았다. 물론 당내 민주주의상 김부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비춰졌다. 계파가 문제다. 계파의 계짜도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원내부대표들이 개별적으로 의원들과 직접 통화하며 관리 중”이라고 귀띔했다.
‘대선’ 역시 더민주 원내대표단을 규정짓는 키워드다. 우 원내대표가 대권잠룡들의 최측근들을 원내부대표단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당의 잠재적 대선후보, 유력한 대선후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분을 골고루 배치했다”고 밝혔다. 먼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선거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박원순 사단’이다. 이재정 당선인(비례대표)은 김부겸 당선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인호 당선인(부산 사하갑)은 친문 인사, 김병욱 당선인(경기 분당을)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계로 분류된다.
잠룡들의 측근들이 원내부대표단으로 임명된 이유는 뭘까. 더민주의 핵심 당직자는 “지금부터 내년까진 모든 시간표는 대선에 맞춰 돌아간다. 대권잠룡과 지도부의 갈등을 최소화해서 커다란 잡음 없이 대권 후보를 선출하려는 것이 우 대표 생각 같다”며 “만약 기동민 당선인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면 식사라도 할 것이다. 식사 중에 당내 상황이 보고될 거고 우 원내대표는 박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원내부대표단도 초선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양당과 다르게 국민의당 지도부는 원내부대표단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바로 ‘일당백’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국민의당은 9일 당무부대표에 임명된 이동섭 당선인(비례대표)을 포함한 원내부대표단 7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38석 중에 가용 의원수가 적다. 재선의원이 몇 사람 안 된다. 그러니까 초선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초선이 워낙 많기 때문에 우리는 전방위로 활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