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홈런 한방보다 말폭탄 한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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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김성근(왼쪽), 한화 김인식 | ||
감독으로선 소속 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면에 나서야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이 같은 감독 간 설전이 팬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김성근 vs 김경문
최근 국내프로야구에서도 감독들 간 설전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야구관계자 대부분이 “올해 두산과 SK가 만나면 참 치열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독 간 설전의 핵심에 선 인물이 바로 SK 김성근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이기 때문이다.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 쪽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초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 다녀온 SK 김광현과 정대현 등 투수들이 약간의 부상 증세를 호소하자 김성근 감독은 “대표팀 차출에 협조했는데 선수를 제대로 관리 못해놓으면 어쩌라는 것이냐. 대표팀 감독이 직접 전화라도 걸어와서 설명을 했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성근 감독의 볼멘소리가 몇 차례 이어지자 후배인 김경문 감독도 참을 수 없었는지 반박했다.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잘 지켜줬는데 왜 문제인가. 본인께서 직접 대표팀 감독을 맡아보시라고 해야겠다”라고 응수했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야구판에서 후배 감독이 선배 감독에게 이처럼 대놓고 반박하는 건 드문 일이다. 대표팀 차출 과정에서 속앓이가 심했던 김경문 감독도 그만큼 열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후 김성근 감독이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잠잠해진 듯했지만 지난 3월 30일 김광현이 LG전에서 3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강판하자 다시 한 번 “역시 대표팀에서 다친 게 문제였다”고 언급해 불씨가 살아난 상태다.
지난해 10월 한국시리즈 때에도 그라운드 폭력 사태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두 팀은 앙금이 여전하다. 개막 직전부터 벌써 말로 한판 크게 붙었으니 올 정규시즌에 몸쪽 공 몇 개 때문에 또다시 ‘빈볼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팀들이다.
▶환갑 넘은 감독도 싸운다
SK 김성근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은 알고보면 사제지간이다. 지난 1984년 김성근 감독이 OB 사령탑이었던 시절에 김경문 감독은 주전포수였다. 때문에 한화 김인식 감독의 경우엔 대표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성근 감독의 발언도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후배가 그렇게 받아치면 쓰겠는가”라면서 은근히 김성근 감독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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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김경문(왼쪽), LG 김재박 | ||
▶흥정이냐, 싸움이냐
감독들 간 입씨름을 흥정으로 볼 것이냐, 싸움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팬들의 반응 혹은 언론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얌전한 프로야구는 흥미가 떨어진다. 모든 감독들이 “오늘은 상대팀에서 실수가 나와서 우리가 어쩌다 이긴 것”이라고 말한다면 예의는 있을지라도 관심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홈런에 관심 없다. 그저 성실히 하겠다”는 극히 재미없는 응답만 보이는 선수는 팬들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 롯데 정수근처럼 “올해는 훈련 많이 시키는 팀에겐 모두 이기고 싶다”면서 솔직한 표현을 하는 선수가 많아질수록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2006년 겨울, LG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재박 감독이 곧바로 “삼성은 돈으로 선수를 끌어모아 우승했다”면서 무시무시한 ‘말 폭탄’을 날린 적이 있다. 그 후 LG와 삼성의 자존심 싸움은 2007시즌 내내 화제가 됐다. 덕망있고, 사려깊은 김재박 감독이 왜 그런 뜬금없는 시비를 걸었겠는가. 결국 프로야구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의욕 때문일 것이다. 김성근-김인식 감독의 설전 공방을 놓고 “흥행을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히어로즈의 이광환 감독 경우엔 지나친 설전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프로야구가 전반적으로 예의가 없어지는 것 같다. 싸움은 선수가 하는 거지, 감독이 하는 게 아니다. 언론도 지나치게 싸움을 붙이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