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아직 ‘원외’ 국회법․당규로는 원 전대표 직인 받아야
원칙적으로 정 당선인은 ‘원외’ 신분이기 때문에 제20대 국회 개원일인 5월 30일 전까지 원내대표를 맡을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좌관은 “정 당선인이 원내대표가 됐지만 원 원내대표 임기는 19대 임기까지다. 새누리당 같은 경우는 워낙 시스템을 잘 갖춘 정당인데 황당한 경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인(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광림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원유철(맨오른쪽), 김정훈(맨왼쪽) 의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당규에 비춰봐도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당규 7장 24조는 “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경우 그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부터 1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규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 임기는 20대 국회 개원일(5월 30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지난 5월 5일 새누리당 사무처에서 정 원내대표의 당선을 두고 작은 소란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원내대표처럼 원외 인사가 원내 대표 임기를 시작한 경우는 새누리당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당 법률자문단의 유권 해석을 받아 “당선자들에 의해 원내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원내대표 권한 행사에 문제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도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외적인 법률행위는 여전히 원 전 원내대표 명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12일 “원 전 대표는 이미 힘이 다 빠졌다. 원내대표 직인을 우리 걸로 찍는 것은 아니고 정 원내대표가 결정하고 있다. 우리가 설사 형식상 도장을 찍는다고 해도 임기 5~10일 남은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 역시 “누구의 도장을 찍는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정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대표 역할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탰다.
일단 두 사람은 교통정리(?)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내대표가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다른 모든 권한을 정 원내대표에게 넘긴 것이다. 국회 관례에 따르면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여당의 원내대표가 맡아왔다. 원 전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당선인은 제19대 국회의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원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원내대표 권한은 이미 전부 넘어갔다. 다만 원 전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위 권한만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