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맛’ 쫙 빼고 ‘매운 직구’ 장착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민훈기(민): 올 시즌 굉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봉중근(봉): 일단 훈련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 작년에는 첫 해였고 팀에서도 무리하지 말고 미국에서 하던 스타일로 운동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부상도 있었고 공 스피드도 마음껏 안 나오는 등 갈수록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식으로 더 많이 운동을 했다. 특히 호주 마무리 훈련 동안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밥 먹고 잠 자는 시간 빼놓고 훈련만 했던 것 같다. 심지어 훈련하다 구토를 일으킬 뻔했다. 한계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거기서부터 공이 많이 좋아졌다.
민: 미국에서 그렇게 했다면 달라졌을 것 같나.
봉: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언론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가끔 후회될 때도 있었다. 내가 이 정도로 좋아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금의 어깨 상태나 스피드나 제구력이 있었으면 미국에서 충분히 욕심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한국에 와서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아진 것이고, 이젠 여기에서 잘해야 한다.
민: 지금은 완전히 한국식 야구에 적응한 편인가.
봉: 미국스타일의 훈련법이나 야구를 완전히 버렸다. 이젠 LG 트윈스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민: 좋아하는 구질은.
봉: 패스트볼은 포심과 투심을 다 던지고 체인지업과 커브, 그리고 왼손 타자들한테 가끔 커터식 슬라이더를 던진다. 내가 포크볼을 던지는 걸로 아시는 해설자 분들이 많은데 체인지업이 많이 떨어져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가끔은 감독님도 포크볼 사인을 내신다. 그럴 때는 체인지업을 던진다(웃음).
민: 요즘 가장 자신있는 구질을 꼽는다면?
봉: 몸쪽 직구다. 상대팀 선배들이 알고도 못 치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타자가 몸쪽을 노리더라도 ‘칠 테면 쳐봐라’ 하는 심정으로 던진다.
봉: 정말 많이 다르다. 일단 선구안이 미국 타자들보다 훨씬 좋다. 호세 리마와도 이야기했는데 타자들이 안친다고 하더라. 타자들의 배트가 나와야 던질 맛이 나는데 안 나오니까 힘들다. 배트 중심에 잘 맞추는 정교한 타자들이 많다. 그리고 작전도 많고 경기 시간이 좀 길다. 투아웃 되면 미국은 작전이 거의 없는데 우리는 매구 사인이 나온다. 그래서 가끔은 던지는 템포가 무너져 제구력이 흔들릴 때가 있다.
민: 예전 미국에 있을 때 아내를 폭행한 일로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
봉: 재활하는 동안 호텔에서 7개월을 와이프와 함께 보냈다. 재활하는 과정이 힘들다보니까 상당히 민감해진 상태였다. 아내랑 가족들 문제로 약간 다투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특히 와이프가 성악 전공이라(웃음) 목소리가 상당히 큰 편인데 둘이 소리를 질러대니까 옆방의 손님이 놀라서 신고를 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와이프가 아무리 사소한 부부싸움이었다고 설명해도 경찰은 신고가 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날 연행해 갔다. 그날 밤 유치장에서 보냈는데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물론 다음날 풀려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 일 이후로 부부 사이가 더 좋아졌다.
민: 특별히 상대하기 힘든 팀이 있나. 혹시 롯데?
봉: (웃으며) 롯데보다도 (손)민한이 형이랑 붙었을 때 승운이 안 따랐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두산전에 좀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이라면 자신 있다. (인터뷰 다음날인 5월 28일, 봉중근은 두산을 꺾고 승리 투수가 됐다).
민: 신일고 시절 타격으로 유명했다. 혹시 타격에 대한 미련은 없나.
봉: 워낙 타격을 좋아한다. 야구를 시작한 것도 방망이 치고 슬라이딩하고 그런 것을 보고 좋았기 때문이다. 집에도 여전히 방망이가 있고 자주 만져보기도 한다. 서머리그에 (투수도 타석에 서는 규정이) 생긴다는 말도 있어서 기대도 했었는데(웃음). 작년에 피칭이 어려웠을 때는 그런 권유도 있었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LG 마운드다.
민: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봉: LG 트윈스하면 이상훈, 유지현, 서용빈 선배님, 김용수 코치님 등이 떠오르는데 나도 그런 전통의 명단에 오르고 싶다. LG에서만 뛰면서 그렇게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한번쯤은 15승을 기록하고 싶다.
메이저리그 야구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