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병원’ 초고속 성장 찜찜해
▲ 고경화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국감자료집(왼쪽)과 과거 우리들병원 변호사로 노무현 대통령과 천정배 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는 판결문. | ||
우리들병원은 현재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상호 원장과 그 가족들이 보유한 업체를 포함해 모두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우리들병원이 의료계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편법시술’을 사용해 환자부담액이 14배에 달하는 고액진료비를 받아 고속 성장했고 감독기관은 4년째 현지 실사를 하지 않아 이 같은 편법행위를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3일 ‘노무현과 이상호의 우리들병원 신화’라는 제하의 국감 정책자료집을 내고 우리들병원의 편법시술 및 관계 당국의 묵인 배경에는 노 대통령과 이 원장의 오랜 친분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노 대통령과 여권의 차기주자인 천정배 의원이 우리들병원 변호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은 더 커질 조짐이다.
<일요신문>이 13일 입수한 고 의원의 국감 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들병원은 각각 독립적인 수술법으로 쓰이는 표준 디스크 수술과 탐침 이용 절단술인 ‘수핵자동흡인술(AOLD)’을 병행해 환자에게 1주일간 186만 원가량의 수술비를 받고 있는데 두 수술을 따로 할 경우 환자부담액이 총 13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행수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무려 14배의 추가부담을 떠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척추외과학회 등 관련 의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최근까지 ‘이 두 시술의 병용이 향상된 결과를 얻는다는 이론적 배경이 없고 이런 수술 방법의 인정은 형평성이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와 건의서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매번 묵인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고 의원은 “비싼 의료비, 편법시술 등의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는데도 보건복지부는 2003년 이후 우리들병원에 단 한 차례의 현지실사도 벌이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의 비호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관련 부처의 미온적인 대처와 관련해서는 “2003년 1월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우리들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후 우리들병원이 급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 대통령과 이상호 원장의 오랜 인연 때문에 감독기관이 우리들병원에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것은 의료계 관련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정부차원의 비호 의혹을 자료집에 자세히 지적했다. 자료집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신영수 심평원장이 우리들병원의 척추수술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복지부에 “부적절한 척추시술 우려 많아 ‘척추수술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자”고 정식 건의했지만 복지부는 아무런 회신 공문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2개월 후 임기를 채운 신 전 원장은 재임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신 전 원장이 교체돼 외압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척추수술 사전심사제 검토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 고경화 의원(왼쪽), 이상호 원장 | ||
두 사람의 인연은 90년대 초 부산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노 대통령이 우리들병원 고문변호사를 맡으면서 맺어졌다. 노 대통령은 97~99년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6억 7900만 원의 과징금을 물은 이 원장의 건강보험 허위청구 항소심의 사건을 맡기도 했다. 당시 사건기록에 따르면 이 원장의 대리인에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노무현 변호인 측은 명백하게 불법적인 허위 청구가 자행된 사건에 대해 부도덕한 의료인의 입장을 옹호한 것은 물론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97~99년)는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전국 대학병원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교육위원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자료집은 적시하고 있다.
또한 자료집에는 2003년 당시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희정 씨가 1억 9000만 원을 받은 아스텍창업투자의 실소유주가 이 원장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 원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선대위 서포터즈사업단 부단장을 맡는 등 노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로 활동했고 이 원장의 부인 김수경 씨는 2002년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열음사’를 통해 <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등 노 대통령 관련 서적 세 권을 펴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이 원장의 각별한 관계를 입증하는 정황들이다.
고 의원은 16일 보건복지부 국감장에서 “우리들병원이라는 일개 의료기관을 깊게 파헤쳐 문제를 삼은 이유는 단순히 노 대통령과 이 원장의 인연 혹은 이 병원의 비도덕성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들병원이 현 정부의 비호 속에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 의료인들이 그 뒤를 따라 유사한 형태의 병원 혹은 진료행태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건강을 크게 해치는 것은 물론 국내 의료시스템 전반의 타락과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감장에서 우리들병원의 시술방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효용성 검증작업의 필요성과 함께 참여정부와 우리들병원 간의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의료계는 물론 향후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우리들병원은 13일 기자에게 보낸 해명자료를 통해 “우리들병원의 수술법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의과대학 교과서에까지 실린 치료법”이라며 “매년 우리들병원을 방문하는 외국환자들은 45%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몇몇 극소수 병원을 제외하고 해외환자가 매년 수백 명 수술치료를 받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비호 의혹과 관련해서는 “과연 누가 하나뿐인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술을 친분이 있다고 맡기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수술적 치료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우선이고 우리들병원은 지난해 16편의 SCI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세계 단일병원으로는 최고의 성과다”고 항변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