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리그에 약 냄새 폴~폴~
▲ 최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외국인 선수 곤잘레스(왼쪽)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오른 일본 야구계의 약물 문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경기에서 패해 퇴장하는 요미우리 선수들. 연합뉴스 | ||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지난 5월 26일 요미우리의 외국인 선수 루이스 곤잘레스(28)가 금지약물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곤잘레스는 결국 팀에서 해고당했다. 금지약물 사용으로 현역 선수가 해고된 것은 일본 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야구계에서는 금지약물 복용이 드러난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비밀리에 자행돼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요미우리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올 시즌 들어 지휘능력을 의심받아온 하라 감독은 이번 사건까지 겹치면서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이 향후 일본 야구계 전체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곤잘레스가 약물을 복용한다는 소문이 처음 불거진 것은 올해 초였다. 올해 들어 갑자기 체격이 커진 데다가 본래 중거리 타자였던 그가 타격 연습에서 연속적으로 펜스를 훌쩍 넘기는 등 장거리 타자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그가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약물은 모두 3종류인데 그중 가장 문제되는 것이 각성제 성분이 들어 있는 암페타민이다. 암페타민을 복용하면 뇌 속에서 도파민(의욕이나 흥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방출된다. 그 결과 동체시력과 순발력이 좋아진다.
실제로 암페타민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말한 한 선수는 “보통 커피나 콜라에 타서 마시는데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면서 갑자기 자신감과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인다. 어떤 공도 잡을 수 있고 쳐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 야구계는 이미 암페타민에 오염되어 있다”고도 증언했다. 우연찮게 이번에 곤잘레스 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사실 상습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암페타민 계열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된다고 한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눈, 코, 입이 얼굴 가운데로 몰리고 눈이 충혈되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것. 그리고 약물을 끊으면 갑자기 실력이 떨어지면서 장기적인 컨디션 불량에 시달리게 된다.
한 야구전문 기자는 약물 의혹이 끊이지 않는 퍼시픽리그의 한 구단에 대해 “이 팀의 주전타자 A는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을 자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외국인 투수 B는 시합 전이면 언제나 눈이 ‘맛이 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은 센트럴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 구단의 에이스로 군림하는 외국인 투수 C가 동료선수들에게 공짜로 약물을 나눠줘 그는 ‘C약물’이라는 특별한 애칭으로 통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반대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면서 약물을 끊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 선수도 있다. 퍼시픽리그의 기교파 투수인 D나 갑자기 실력이 떨어진 내야수 E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곤잘레스는 불법 약물을 복용한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NPB에 자신의 관절약과 함께 씹는 담배의 성분 재검사를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곤잘레스 때문에 승패가 결정된 시합도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사건이 앞으로 요미우리의 성적과 팀 분위기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약물 복용과 상관없는 선수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료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와 사카모토 하야토 등에게 들어오던 광고 제의가 갑작스럽게 무산됐는가 하면 요미우리 선수들을 기용하려던 제약회사의 광고 계약도 없던 일이 됐다.
약물 파동의 불똥은 팀을 이끌고 있는 하라 감독에까지 떨어졌다. 안 그래도 하라 감독은 올 시즌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기용과 작전 지시로 다 이긴 시합에 재를 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물 파동이 터진 데다가 이에 대처하는 태도마저 너무 무사안일하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약물 사건이 터진 바로 그날 하라 감독은 경솔한 발언으로 팀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시합 후 하라 감독은 홈런을 친 기무라 다쿠야에 대해 “최근 힘이 붙고 몸집도 한층 커진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갑자기 파워가 생기고 몸집이 커지는 것’은 약물 복용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변화.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이었다.
약물 복용 사건으로 요미우리 못지않게 곤란한 상황에 빠진 팀이 있다. ‘호시노 재팬’으로 불리는 올림픽 일본 야구대표팀이다. 팀을 이끌고 있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이번 약물 소동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올림픽 대표팀을 구성하고 싶지만 만에 하나 약물 덕분에 컨디션이 좋아진 선수가 있다면 우승은커녕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6월 초 호시노 감독은 본래 20일로 예정되어 있던 올림픽 대표팀 선발을 7월 중순으로 미뤘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자가 많기 때문”이었지만 모든 선수가 약물 검사에서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표팀 라인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