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별도 zzz, 선수와 관중은 끔뻑끔뻑
▲ 히어로즈와 KIA는 6월 12일 목동구장에 사상 처음으로 자정을 넘기는 끝장 승부를 펼쳤다. 이날 히어로즈는 연장 14회 끝내기 결승타로 2 대 1 승리를 거뒀다. 연합뉴스 | ||
▶▶우려 반 또는 기대 반
이처럼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자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부분의 일선 감독들은 “한국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현실에선 부상 우려가 있다”며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고, “경기력 저하로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 힘들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물론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처럼 “끝장 승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찬성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SK 김성근 감독의 경우엔 “한국과 미국, 일본은 선수 체력과 기량에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무시하고 (끝장 승부를) 도입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라면서 날을 세워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격했다.
반면에 삼성 김응용 사장이나 KBO 하일성 사무총장 등은 “일단 한번 실행해본 뒤 말하자. 문제점이 크면 다음 시즌에 다시 무승부를 부활시켜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6시간의 감동 드라마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드디어 끝장 승부를 상징하는 ‘무박2일’ 경기가 벌어졌다. 82년 개막한 한국프로야구에선 승부가 자정을 넘긴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밤 12시 근처까지 가는 경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날짜를 넘기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6월 12일 우리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스의 경기는 오후 6시32분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0시49분에 끝났다. 사상 처음으로 자정을 넘긴 승부였다. 총 소요시간은 6시간17분. 경기 도중 폭우 때문에 중단된 55분을 제외하더라도 5시간22분이나 걸린 혈투였다.
결국 이날 경기는 연장 14회에 우리 히어로즈가 끝내기 결승타를 터뜨린 끝에 2 대 1로 승리했다. 히어로즈는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야수 14명을 모두 썼고, 투수도 선발요원 3명을 빼고 모두 투입했다. 연장전에선 투수가 방망이를 잡는 보기 드문 광경이 나오기도 했다.
▶▶밤샘경기 후 부산원정
무박2일 경기가 열린 6월 12일, 현장에 있었던 KBO 모 심판원에 따르면 연장 13회쯤 내야 관중석에서 한 팬이 소리쳤다고 한다. “밤새라. 나는 이제 그만 갈란다. 더 보고 싶은데 더 늦으면 와이프한테 혼난다.” 이 심판은 “선수나 심판이나 다들 지쳐있었는데 관중의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순간적으로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날 입장객 6923명 가운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은 1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필 이날이 주중 3연전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양팀 선수단도 이동을 해야 했다. KIA는 그나마 다음 일정이 인천 SK전이라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부산 원정이었기 때문에 새벽 2시쯤 출발해 아침 6시에야 원정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장 16회도 나올까
지난 7월 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경기는 일요일 오후 5시에 시작됐기 때문에 자정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연장 15회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대구구장 기자실은 14회쯤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갈 KTX 기차편을 예매했던 기자들 대부분이 표를 물렀다. 이어 사상 최초의 연장 16회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국프로야구의 기존 제도하에선 연장 16회란 존재할 수 없는 이닝이었지만 이젠 현실화될 제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경기는 KIA가 연장 15회 초 김주형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 이길 수 있었다. ‘연장 16회’란 사상 첫 기록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게 피부로 느껴진 경기였다.
6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한화전도 역시 연장 15회에서 승부가 갈렸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26이닝이다. 일본에선 과거 연장 12회 제한이 없던 시절, 연장 28회 기록이 세워졌다. 한국프로야구도 16회를 넘어 20회 이상 진행되는 경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