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차 가면 주위는 올스톱
#차 없는 친황다오
“여긴 왜 이렇게 차가 없어요?”
올림픽대표선수들이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박일기 사원에게 던진 질문이다. 중국도 한국 못지 않게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고 들었던 선수들은 친황다오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차를 타고 가다 서 본 일이 없는 점을 궁금해 했다. 처음에는 친황다오가 베이징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그러려니 했지만 도로가 만날 뻥뻥 뚫린 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궁금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에게 박일기 사원이 던진 한마디. “우리 때문에 다른 차들이 다 멈춰 섰잖아.”
중국 당국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의 편의를 위해 교통통제를 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은 경찰은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즉시 버스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오고 가는 차량을 모두 막아 선수단 버스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손을 쓴다. 민간인 차량만 통제하는 게 아니다. 관용차나 군인차도 막는다. 그 누구도 선수단 버스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검문검색 올림픽
태극전사들이 중국에 온 다음날 일이 터졌다. 지난 4일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경찰 16명이 죽었다. 올림픽을 맞아 원래도 검문검색이 심했지만 이 일로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에는 공안 무장경찰과 군 병력 등 수십만 명이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투입된 보안요원만 무려 2만 5000명이었다. 상황은 축구경기가 열리는 친황다오도 마찬가지였고 검문검색의 대상에서 선수단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림픽대표팀 관계자가 숙소 밖에 나가 물건을 사고 돌아올 때면 숙소 앞을 지키고 있던 보안요원은 영수증에 적힌 물품과 갖고 온 물품이 일치하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또 검문검색을 통과한 이회택 선수단장을 태운 승용차가 훈련장으로 가다가 잠시라도 서면 왜 섰는지를 꼬치꼬치 캐묻고 전부 다시 검문했다.
#그대 이름은 프로
선수들의 취침시간은 보통 오후 11시 이후인데 대부분 방에 있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잤다. 실·내외 온도차 탓에 자칫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축구협회 직원이 한 선수의 방에 들어갔다가 혀를 내두르며 얼른 나왔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자기 방과 달리 그 선수의 방은 찜통처럼 더웠다. 그 직원은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한여름 불볕더위 속에도 에어컨을 멀리하는 선수들의 프로의식에 새삼 감탄했다.
#‘카메룬 짜요! 한국 우~’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상당수 중국인은 한국에 대해 적잖은 반감을 보였다. 한국의 한 방송사가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을 보도한 것 때문에 한국이 ‘자신들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한감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7일 친황다오에서 열린 한국-카메룬전이었다. 당시 수많은 한국 응원단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채 대한민국을 연호하자 일부 중국 관중은 ‘카메룬, 짜요~’를 외치며 카메룬을 응원했다. 소수에 불과한 카메룬 응원단에 대한 동정이 아니었다. 한국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연호할 때마다 ‘우~’하고 야유를 퍼붓는 등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한국을 응원한 중국 관중은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친황다오·상하이=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