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정세균 양강…계파색 옅은 초선들 누구 손 들어줄까
문희상 의원(왼쪽)과 정세균 의원.
정 의원 최측근은 “그쪽에서 자꾸 기회가 많다는 식으로 흘리는데, 정 의원은 당 대표를 벌써 3번이나 했다. 더 이상 당권에 미련이 없다. SK계는 무슨. 전처럼 우군이 많은 상황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2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그 뒤를 추격하는 후보는 박병석 의원이다. 더민주 보좌관은 “박 의원은 충청권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의원들 중 그 부분에 혹할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 의원은 “중원을 잡는 쪽이 대권을 잡았기 때문에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충청 출신인 내가 의장이 돼야 한다”며 ‘충청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박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쟁자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문 의원 최측근은 “국회의장이 충청 등 어느 지역을 대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회의장 선거에 지역색을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 선거가 이런식으로 흐르면 노른자위를 먹기 위한 다툼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의원 측근 역시 “경기도나 충청 또는 호남에서 국회의장이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구태의연한 발상이 시대 상황에 맞는 것인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장 선거 최대 변수로 더민주의 ‘대주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의 표심을 꼽는다. 앞서의 더민주 보좌관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친노·친문에게 문희상은 일종의 어른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쪽의 영입인사들, 친문 쪽에서 문 의원을 ‘푸시’할 수 있다. 이번에 친문이 많이 들어왔다. 문 의원은 친문 쪽 표가 본인에게 올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정세균 의원 같은 경우는 이번 총선에서 수족들이 많이 잘렸다. 좀 불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기정·전병헌·최재성 등 이른바 ‘SK계’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은 제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의 또다른 측근은 “새로 들어온 분들 중에 참여정부 출신이 많은데 ‘실장님 실장님’하면서 문 의원을 부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초선의원들 표심이다. 더민주 제20대 당선인의 수는 123명, 이중 초선의원은 57명으로 절반에 달한다. 더민주의 한 비서관은 “초선의원들은 계파 성향이 옅은 편이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초선들 표심은 선거 직전에 갈렸다. 선거 당일 연설에서 우 원내대표 연설이 초선들에게 먹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앞서 정 의원 측근도 “초·재선 의원들은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당내 주류는 친노·친문인데 이번에 참여정부 출신 초선의원들이 많다”고 보탰다.
5명의 후보들이 초선의원들에게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근 더민주 초선 당선인 57명에게 직접 ‘손글씨’ 편지를 보냈다. 24일 만난 이 의원 최측근은 “간단하게 A4 한 장 달랑 쓴 게 아니라 보통 7장씩 보냈다. 초선의원들마다 내용이 달랐다. 유권자를 분석하듯이 초선의원들의 기사부터 SNS까지 참고 맞춤형 편지를 썼다. 의장 출마자로서 국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약간의 국회 노하우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 역시 20대 당선인들에게 편지와 붓글씨를 보냈다. 문 의원 최측근은 “총선 직후에 초선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문 의원이 서도회 회장이다. 의원들에게 맞는 붓글씨를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