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격돌 두 팀 아킬레스건 어디

두산 마운드가 문제야 SK 경완이가 다치면…

	▲ SK 김성근 감독.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10월 26일 개막됐다. 숨가쁘게 달려온 2008년 프로야구의 결산보고서가 이제 막 작성되려는 순간이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최고의 명예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종합순위 2위팀은 상대편 벤치에서 샴페인이 펑펑 터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고개를 떨궈야 한다. 각별한(?) 두 팀간의 전쟁과도 같은 한국시리즈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일단 전력상으론 SK가 우세라는 평가가 많다. 방송사 해설위원과 재야 야구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4승2패 이내에서 SK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모든 예상이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삼성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때만 해도 대부분 롯데 우세를 점쳤지만 삼성이 3연승으로 깨끗하게 승리했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약점을 감추는 게 중요하다. 약점은 드러내지 않고 강점이 십분 발휘돼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정규시즌 2위 신분인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선발진 전력이 약하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플레이오프 6경기 가운데 두산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운 사례는 단 두 번. 3차전에서 이혜천이 5이닝 2실점, 5차전에서 랜들이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두산은 올 정규시즌에서 선발진에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랜들이 9승을 거둔 게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 이재우가 유일하게 11승을 올렸는데, 그는 불펜투수다. 강력한 1선발이 있으면 1차전-4차전-7차전에 붙박이로 들어설 수 있다. 반면 SK에는 10승 투수가 두 명이다. 에이스 김광현은 올해 16승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낸 대표 투수. 게다가 채병용도 10승으로 뒤를 받쳤다. 이들 두 투수가 선발진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이기 때문에 불펜 전력은 나머지 경기에 전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두산은 플레이오프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력이 낱낱이 노출됐다는 약점이 있다. SK쪽에선 이미 4~5명으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을 플레이오프 내내 가동했다. 두산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 특징, 사인 체계, 투수들의 습관과 관련된 데이터가 모두 수집됐다. 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리포트와 비디오 자료를 통해 SK 선수들은 학습이 가능해진다. 반면, 두산은 SK가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정규시즌 때의 올드 데이터만 분석할 수 있다.

	▲ 두산 김경문 감독.

SK는 큰 약점을 발견하기 힘든 팀이다. 김광현을 제외하면 걸출한 스타플레이어가 별로 없는 편이지만, 대신 투타에 걸쳐 ‘똘똘한’ 선수들이 가득하다. 굳이 변수를 찾자면 최정 조동화 이진영 등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제 기량을 얼마나 발휘하는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 요인으로는 떨어진 경기감각을 꼽을 수 있다. SK는 10월 5일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무려 20일을 쉬었다. 정규시즌 1위팀의 특권이라면 특권인데, 한편으론 너무 쉬면 실전감각이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이 같은 SK의 상황이 한국시리즈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에 앞서 “실전 감각에 전혀 문제없다”고 큰소리친 것도 결국 선수들이 외부 목소리에 영향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또 하나 SK의 아킬레스건은 포수 박경완이다. 박경완은 투수 리드와 볼 배합에 있어 8개 구단 최고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 SK의 젊은 투수들이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것도 박경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경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혹여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양팀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을 때 두산 쪽에서 “만약 우리 투수가 박경완을 일부러 맞히기라도 한다면 어쩔려고 그러느냐”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흥미로운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같은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맞붙는 건 세 번째다. 해태가 86, 87년에 삼성을 상대로 모두 이겼고, 또다시 해태가 88, 89년에 빙그레를 잇달아 격파했다. SK가 기록을 지키느냐, 두산이 첫 사례가 되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