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무죄 판결에 “입법취지 고려했어야” 비판론
2014년 7월 밤 9시 경 강 아무개 씨(35)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술집 부근 실외화장실로 들어가는 A 씨(26)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강 씨는 A 씨가 용변을 보는 칸 옆 칸에 들어가 칸막이 사이 공간으로 머리를 들이 밀어 훔쳐봤다. 이에 강 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12조에 따른 혐의를 기소됐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과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을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로 정의하고 있다. 이 밖에 개방 화장실, 이동 화장실, 간이 화장실, 유료 화장실 등을 정의하고 있다.
법조문 ‘공백’으로 용변 보는 여성을 훔쳐본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 씨 측에선 “이게 술집 손님을 위한 화장실이지 일반 공중이 이용하도록 한 게 아니다. 따라서 성폭력처벌법 상 얘기하는 공중화장실로 볼 수 없으니 무죄”라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 또한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의 경우 술집에서 편의에 따라 여닫는 화장실이므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장소가 법 적용을 받는 공중화장실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덕진구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해당 실외화장실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같은 범죄 행위를 형법 319조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해 처벌할 순 있다. 2011년 3월 최 아무개 씨는 공중화장실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 여성을 훔쳐보려고 변기를 밟고 올라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에 건조물 침입 등으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서 “화장실이 공중에 제공되는 것이라도 해당 칸의 점유 관리자는 화장실 이용자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옆 칸을 이용하는 여성을 보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면 건조물 침입 죄에 해당 한다”고 판시했다.
양지민 법무법인 이보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중이 생각하는 넓은 의미의 ‘공중화장실’ 개념을 적용했다면 현실성 있는 판결이 됐을 것이다. 입법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처벌 수위와 대중의 법 감정을 고려해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강 씨를 기소했을 것”이라며 “건조물 침입죄로 기소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