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의 격돌
<1도> 흑이 집으로 많이 앞서 있는 형세. 우변 흑진이 너무 크다. 게다가 하변도 백도 조금 곤궁한 모습이어서 검토실은 흑의 낙승을 말하고 있었는데…. 백1로 이쪽을 연결하자 흑2로 늘어 좌하 백 대마의 생사를 묻는 장면이다. 흑은 이걸로 백이 곤란할 것으로 보았던 모양인데, 백3, 5에서 7로 코붙인 것이 강동윤이 읽어 두었던 타개책이었다. 이게 지금은 삶을 위한 비상구였는데, 종당에는 역전으로 가는 문이 되었다.
<2도> 실전진행. 흑1에는 백2, 4로 한 점을 잡는 것이 반 선수. 이게 반 선수면 변 쪽에 한 집이 있으므로 완생인 건데, 백4에서 돌연 손을 돌린 흑5가 패착성 실착이었다. 어쨌든 백6 따낸 다음….
<3도> 실전진행. 흑1 이을 때 백2로 완생. 백2는 또 선수다. 백의 형세가 풀리는 장면이다. 흑3으로 패 자리를 따낸 것도 지나쳤다. 그냥 14에 막아 둘 자리. 우변 백4와 10이 절묘한 팻감. 흑이 패를 하다말고 13으로 지키지 않으면 안됐던 것. 백이 13 자리로 나오면 우변이 무너지니까.
백14로 들어가는 순간 이제는 좌하 흑 전체의 사활이 걸린 패가 돼버렸다(백6, 12, 18은 쫔 자리, 흑9, 15는 3 자리 패 따냄). 백16이 또한 좋은 팻감.
<4도> 실전진행. 흑은 필적할 팻감이 없었다. 좌상귀 흑1이 팻감이 되지를 못했다. 백2로 따내는 순간 애초 백을 에워싸고 공격했던 좌하 흑이 함몰했고, 바둑은 물론 역전이었다.
<5도> 실전진행. 흑이 좌하귀를 공략하는 모습.
<6도> 실전진행. 백5에서 패. 그러나 백이 한 수 늘어진(여유 있는) 패. 단패가 됐어도 백은 대가를 조금만 찾으면 그만인 상황인데, 한 수 늘어진 패니 더 말할 게 없었다. 되돌아가 문제의 <2도> 흑5로는~.
<7도> 흑1이 정수였다는 것. 백2, 4로 살 때 흑5로 가도 늦지 않았다는 것. 다음 백이 6으로 살지 아니면 백A가 선수니 백B로 살 수 있다고 보고(흑C로 들어오는 패는 흑도 겁나므로) 손을 뺄지 그건 모르겠지만. 단 흑5로 ….
<8도> 흑1로 잡으러 가는 것은? 백2에서 4, 6으로 백도 흑을 추궁한다. 계속해서 흑7에는 백8로 파호해 놓고 10, 12로 집을 낸다. 흑A의 패? 만패불청이다. 백B에서 C로 따내는 게 선수다. 백D면 이쪽 흑도 잡히니까. 백E라는 보너스도 있다.
강동윤의 칼끝이 매섭다. 이세돌로서는 거북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이세돌의 주무기는 빠른 수읽기와 전투력인데, 강동윤도 수읽기가 깊고 빠르며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껄끄러운 후배. ‘센돌’과 ‘금돌이’의 대격돌에 바둑계가 열광하고 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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