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법원이 제자인 전아무개 씨(30)에게 인분을 먹이고 둔기로 상습폭행하는 등 수년간 가혹행위를 일삼은 이른바 ‘인분교수’ 장아무개 씨(53)와 이에 가담한 피의자 전원에 대해 감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진정성 있게 합의에 나서 피해자 본인이 감형 뜻을 밝혔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지만, 국민적 공분은 다시 논란이 된 시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전 씨가 스승인 장 교수에게 폭행당한 증거 사진들. 오른쪽 맨 아래 사진은 아프리카 TV 화면 캡처로 장 교수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전 씨에 대한 폭행을 지시한 후 실시간 개인방송으로 가혹행위 장면을 확인했다. 사진제공=성남중원경찰서
서울고법은 지난 27일 ‘인분교수’ 장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인 10년과 대법원 양형기준 최대치인 10년4월을 넘어서 선고된 징역 12년에서 4년이나 감형되었다. 함께 가담한 김아무개 씨(30)에게는 징역 1년6월, 또 다른 장아무개 씨(25)는 징역 6년에서 징역 4년으로, 정아무개 씨(28·여)는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이 같은 선고 결과에 대중들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를 예견한 듯 장씨 등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선고 공판 진행과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양형 사유 설명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감형 사유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고 있으며,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헌 결정에 따른 적용 법조 변경과 공소사실의 일부 변경, 2심 과정에서의 양형조사와 전문심리위원의 분석 등을 설명했다.
2심 재판부가 장씨의 형을 4년 감경한 가장 큰 이유는 1심과 달리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피해자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피고인들의 가족과 만나 합의서를 작성한 뒤 법원에 제출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피고인들과 합의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피해자 본인 진심인지 의심했지만 법원 양형조사관에게 직접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구 폭처법상 상습흉기휴대상해죄의 적용법조가 바뀌었으며, 당초 법정형이 ‘5년 이상 2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서 ‘1년 이상 10년 이하’로 바뀌게 되어 비교적 낮은 형을 물었던 점 등 이 같은 사유들로 피고인 전원에 감형이 선고된 것으로 여겨진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일반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최대 희생자는 피해자 본인으로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이상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일정 부분의 감형을 해 주는 것이 옳다”면서도 “상식을 초월하는 정도의 범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한편, 인분교수 사건은 2012년 디자인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주목받았던 장씨가 제자 김씨와 자신의 조카인 또 다른 장씨, 정씨와 함께 피해자인 전씨를 둔기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거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리는 등 3년이 넘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사건으로, 엽기적이고도 참혹한 범죄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인분교수’ 장씨 등에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악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특히, 장 교수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공범들과 함께 인간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렸고 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정신적 살인행위를 저질렀다.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감형 선고로 법원이 여론을 의식해 사회의 경종을 올리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강조하다 원칙적인 법적 판결을 이유로 피해자 합의 뒤에 숨어 슬그머니 피의자의 앞날만 걱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