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투기의혹 제기에 인천시 일단 유보…주민들 반발해 곤혹
인천시가 월미도 일대에 고도제한 완화를 결정하면서 유정복 인천시장 일가에 대해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인천시당에 따르면 유 시장 일가가 해당 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들의 매매가는 현 공시지가 기준으로 100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더민주 측은 만약 시 계획대로 해당 지역 고도제한이 완화될 경우 지가는 2배 이상 상승할 것이고, 유 시장 일가는 최소 13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현재 7~9층으로 제한돼 있는 건물 높이를 최고 16층(지상 50m)까지 세울 수 있다.
인천시가 북성동 일대 고도제한 완화 조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역 정가에선 유 시장 일가를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는 유 시장 일가뿐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김홍섭 중구청장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인천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측은 “해당 지역 개발은 송영길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한 것이고 유 시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이라며 “월미관광특구의 활성화를 위해 해당 지역의 고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더민주도 잘 알고 있을텐데 유 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며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 측은 유 시장 일가의 땅 투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안상수 전임 인천시장이 지난 2005년 1월 31일 월미관광특구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기 직전 유 시장 일가가 월미은하레일이 지나가는 지역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이다. 유 시장 일가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그 일대 땅들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매입했던 땅들은 현재 주차장과 놀이시설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 시장 일가가 알박기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에도 2~3층이던 고도제한이 7~9층으로 완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유 시장 일가는 당시에도 30억 원 이상의 큰 시세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 측은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딱 맞는 사례”라며 “해당 지역은 온갖 규제에 묶여 있어 유 시장 일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부동산들이 방치되어 있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모두 투기 목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유 시장 일가가 고도제한 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직전 자신들의 부동산 명의를 한 부동산신탁회사에 넘긴 점도 석연치 않다. 유 시장 일가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이 시작되기 한 달 전인 지난 2014년 12월 자신들의 토지 소유권을 한 부동산신탁회사에 넘겼다.
이에 대해 더민주 측은 “유 시장 일가가 직접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니까 토지소유권을 변경한 것 아니겠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유 시장 측은 특혜 논란이 일어나자 이 지역에 자신의 가족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었다.
더민주 측은 “유 시장 일가가 토지소유권을 부동산신탁회사에 넘겼지만 실제 개발이익은 여전히 유 시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며 “왜 하필 고도제한 완화 조치 직전에 토지소유권을 변경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 일가는 이에 대해 “다른 지역 사업을 위해 해당 토지를 담보로 맡긴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유 시장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인천시는 일단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결정 고시를 유보했다. 해당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까지는 유 시장의 결재와 고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월미도 주민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나섰다. 월미도발전추진협의회는 4월 31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미지구 고도제한 완화를 시급히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월미도는 그동안 고도제한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투자가 되지 않아 30~4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고도제한 완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더민주를 강력 규탄했다.
난감해진 더민주 측은 유 시장 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문제가 된 유 시장 일가의 땅을 시나 시 산하기관이 직접 고도제한 완화 이전 가격으로 매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 시장 측은 가족의 부동산까지 자신이 처분하라 마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측은 “유 시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가족들을 설득해야 사업의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 뭉개고 가려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