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렸더니 자신감 커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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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2007년 5월 KIA에 입단한 최희섭은 그해 타율 3할3푼7리에 7홈런 46타점의 성적을 냈다. 얼핏 기본은 한 것 같지만 실은 아니었다. 중요한 타이밍마다 부상을 달고 다니는 바람에 팀 전력에 그다지 도움이 못됐다는 평가를 들었다. 2008년에는 아예 망가졌다. 타율 2할2푼9리에 홈런은 6개에 그쳤다. 역시 부상 때문에 55게임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선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4월 23일 현재 타율 3할8리에 6홈런, 11타점. 이런 페이스라면 2003년 이승엽의 56홈런 이후 자취를 감췄던 40홈런 이상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윙할 때마다 상체가 벌떡벌떡 들리면서 헤드업 현상이 나오는 바람에 헛스윙으로 일관하곤 했던 타격이 올 시즌엔 야무지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까지 타격 때 지면을 스치듯 내딛었던 스트라이드 방식이었는데 올해에는 오른쪽 발을 들어올리면서 스트라이드가 일관되고 간결해졌다. 물론 헤드업 버릇도 사라졌다.최희섭은 그동안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자존심을 너무 앞세운 측면이 없지 않다.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 말린스, LA 다저스를 거치며 빅리그 유망주로 대접받았던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곤 했다.
때문에 나쁜 타격 습관을 한국 코치들이 지적해줘도 고치려들지 않는 게 문제였다. “배울 건 다 배웠고, 컨디션만 끌어올리면 된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는데, 뻔히 약점이 보이는 타자의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한국 코치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다.이제는 귀를 열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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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김선우 | ||
같은 팀 서재응도 시즌 초반 화려한 성적을 내고 있다. 4월 23일 현재까지 3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타선 지원이 없어 1승만 기록 중이지만 대신 1.37이란 놀라운 방어율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복귀 첫 해인 지난해 16경기에서 5승5패, 방어율 4.08에 그쳤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 서재응은 올 초 일본 전훈캠프 때 투구폼을 간결한 스타일로 바꿨다. 요즘 서재응의 투구 동작을 보면 과거 미국에 있을 때처럼 오른팔을 쭉 펴 올려 원을 그리듯 돌리면서 밸런스를 잡는 모습이 사라졌다. 폼을 바꾸면서 구속도 증가하고 컨트롤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한국 타자들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는 게 좋은 성적의 원천이다. 서재응은 “작년까지 변화구는 포크볼과 체인지업만 던졌는데 올해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던지고 있다. 팔꿈치에 무리가 갈까봐 안 던졌던 슬라이더를 이제는 마음껏 구사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타자들이 알아챌까봐 시범경기에선 일부러 슬라이더를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고 밝
혔다.
그 역시 지난해 한국에 복귀했을 때에는 한국 야구를 다소 무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계속 선발로 나가면서 승리를 따내지 못해도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겨울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에 왔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핑계를 찾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서재응은 “한국 타자들이 무섭다. 내가 잠시라도 신경쓰지 않으면 투구 폼만 보고도 어떤 공을 던지는 지 습관을 찾아내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어떻게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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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 서재응 | ||
하지만 두산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등 주위에선 한결같이 “김선우가 밝아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전반적으로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거가 있다. 지난해 김선우는 큰아들 성훈 군을 야구장에 부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시즌엔 성훈 군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김선우는 “아빠인 내가 선발로 나가서 공을 던질 때에는 얌전히 앉아서 보고 있더니, 내가 강판되고 나니까 야구는 안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우스웠다. 마치 뭘 아는 녀석처럼 군다”면서 웃었다.김선우 역시 자존심이 문제였다. 한때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미국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존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실패한 메이저리거’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마운드에서 조급한 마음을 보이다 스스로 경기를 망치곤 했다.
그랬던 김선우가 최근 들어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으니 두산 김경문 감독도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김선우는 본래 미국에 있을 때 느긋하면서도 강단 있는 성격 덕분에 동료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한국 복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그런 장점을 다시 찾아가고 있으니 올해 분명 달라진 성적표를 받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