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대상 1호 ‘지식자랑’…실패담에서 인간미, 술집에선 소소한 화제가 호감도 높여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화법은 간단하다. 배려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마음을 주고받으면 된다.
장황하게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장을 길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상당한 집중력을 갖고 들어야 하기 때문에 쉬이 지치고 만다. 아마 듣는 내내 ‘아 지루해’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하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이런 화법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말은 많이 할지 몰라도 뚜렷한 메시지를 남기지 못한다. 대개는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실패하기 마련이다.
▼해결법 : 상대방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말하라. 관건은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데 있다. 가령 길 안내에 비유해보자. 장황한 말투의 소유자들은 “역에 도착해서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큰길인데 왼쪽으로 돌아서 3분 정도 걸어가면 편의점이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개선 요령은 적당히 끊어서 말하는 것. 우선 “역에 도착해서 3번 출구로 나오세요”라는 부분까지 언급한 뒤 잠시 멈춘다. 그러면 듣는 사람이 “네”하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이것은 상대방이 머릿속에 내용을 떠올리고 이해했다는 사인이다. 그 신호를 받아 “곧 큰길이 나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문장은 짧게, 그리고 적당히 쉬어 말하겠다는 2가지의 노력만 해도 의사소통이 훨씬 원활해진다.
# 딱딱한 말투
말투가 딱딱한 사람과 오래 같이 있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말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꺼내는 말들이 모두 ‘정보’ 같은 이야기들이라 대화를 나누다보면 무미건조하다. 이래서는 대화 상대가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은 스트레스가 쌓이기 쉬운 곳이다. 서로 나누는 잡담에는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치유효과가 있는데, 딱딱한 말투의 소유자들은 반대로 스트레스가 쌓이게 한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래도 적다. 안타깝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즐거운 모임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해결법 : 마음을 나타내는 말을 덧붙여라. ‘내 말투는 왜 딱딱할까’ 하는 자각이 있다면, 사소한 이야기라도 끝에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보태려고 노력해보자.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말 속에 담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방법이나 생각을 덧붙인다면 상대방은 은연중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 황금연휴에 어디 가세요?”라는 질문에 “국내호텔은 이미 예약이 90% 끝났다고 합니다. 어딜 가든 붐빌 겁니다”하는 대답보다 “국내호텔은 예약이 벌써 90% 끝났다고 합니다. 모두들 정말 빠르죠. 갈 곳이 없어서 난처하게 됐어요”라는 식으로 말하면 한결 부드럽다.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만 공개해도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더불어 상대방도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지기 싫어하는 말투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상대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들은 솔직하게 “모른다” “못 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며, 언제나 “알고 있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도 많아서 옆에 있는 사람은 점점 지치게 된다. 이는 사적인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갑작스러운 도산이었네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힘드시죠?”라고 위로를 해도 “전혀요. 오히려 새로운 환경이라 즐겁답니다”라는 화법을 구사한다. 이후 상대방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할 마음이 사라진다.
다만 이런 타입도 속으로는 심한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괴로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오히려 강한 척 변명하는 것이다. 이미 주변 사람들도 그와 대화할 땐 ‘자존심에 상처 입히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려다 보니 피곤함이 쌓인다.
▼해결법 : 약점을 말하는 것에 망설이는 비즈니스맨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말이 아니라 평소의 처신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조금 모르는 분야가 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되레 “몰랐다”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주변에서 신뢰받지 못한다.
얄궂지만 사람들은 실패담에서 인간미를 더 느낀다.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성공담은 질려 해도 실패담에는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들었다고 하자. “부장직이라고 해도 자회사라네. 허울 좋은 좌천인 셈이지. 속상한데 실컷 마셔볼까.” 이 사람은 분명 친구도 많고, 직장 내 지지자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권토중래를 꾀할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약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하고 출세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지식을 뽐내는 말투
어느 술집의 광경이다. 40대 남성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 ‘미국 경제동향’ 등 박식함을 뽐내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주도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선거에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욱이 이 남성은 자신의 생각이 100% 맞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동석한 다른 두 사람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 맞장구를 치는 일도 거의 없고, 결코 그 자리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분위기에 맞지 않게 자신의 지식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는 신문이나 TV에서 보고 들은 정보가 대부분이다. 현학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기현시욕을 충족하고 싶겠지만, ‘제물’이 된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지식자랑을 쉼 없이 늘어놓는 사람이 가장 기피하고 싶은 대화상대”라고 하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해결법 : 지식자랑을 뽐내는 사람은 자신감이 많은 타입이라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보면서 대화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으로부터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지’라는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한다. 이는 대체로 자기현시욕에 취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방에게서 다음과 같은 사인을 감지하면 그 화제는 즉각 중단하도록 하자. ①고개 끄덕임이 적다 ②표정이 굳어 있다 ③시선이 나른하다 ④질문이 없다.
술집에서 아무리 당신이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편안한 장소에서는 거기에 부합되는 화제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누구나 흥미를 갖는 주제는 사람과 관련된 작은 드라마다. 딱딱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소소한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게 좋다. 덧붙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주는 여유를 발휘하는 것도 호감도를 높이는 대화법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