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경쟁사들 퇴출 예상 구조조정 최대 수혜자로
지난 8일 코스피지수가 장 개시부터 크게 올랐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글로벌 조선 1위이던 때 두 차례 구조조정이 있었다. 1978년 1차 때 1년 반 동안 살아남은 조선 5개사 합산 평균주가는 67.5% 상승했다. 1987년 2차 때 1년 간은 50%가 올랐다.
한때 10만 원선이 위태로웠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단숨에 15% 이상 반등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8300원까지 무너졌던 주가가 9700원대를 회복하는 급반등세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주가도 4300원대까지 밀렸다가 4700원선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단연 두드러지는 곳은 현대미포조선이다. 지난해 내내 부진하다 연말 5만 원선에 턱걸이했던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올 들어 49% 넘게 급등했다. 조선 업황이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 이슈가 터졌음에도 주가 상승세는 흔들림이 없다.
대우조선은 워낙 부실 규모가 커 구조조정 폭도 커야 하고, 이에 따른 생산력 저하도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생존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기업가치가 예전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도 부담 요인이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보다 사정은 낫지만 1분기에만 영업 현금흐름에서 1조 원 가까운 순유출을 기록했다. 돈이 계속 부족하다는 뜻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처럼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주가 희석 가능성도 높다.
현대중공업은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 등으로 추가 자본 투하 없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 또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부문이 중소 조선사들과 경쟁관계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제재가 풀린 이란이 발주를 재개하면 재계약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연합뉴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후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선소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라며 “빅3를 제외한 국내외 중소 조선사들은 이번 구조조정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최대 수혜자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은 2014년 679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때 20만 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2015년 4분의 1 토막이 난 4만 4000원선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 들어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흑자액의 2배인 500억 원이 넘었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올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다. 만기 예정 회사채는 2017~2018년 각 1000억 원, 2019년 1500억 원 수준이다. 현재의 현금흐름이라면 문제가 안 될 빚 수준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하는 선박은 인도할 때에야 50% 이상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아닌, 비교적 고르게 건조대금을 받는 구조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수주도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무엇보다 2008년 현대미포조선은 이란으로부터 대형 선박을 다수 수주했고, 선수금도 받았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선박 인도가 무기한 연기됐지만 재계약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발주를 재개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내 현대미포조선의 위치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는 재계의 숙제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정책 중 하나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다.
정몽준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가진 현대중공업 지분 7.98%를 해소하면 순환출자 고리를 간단히 끊을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 입장에서는 비수익 자산이 현금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보유 중인 하이투자증권(85.32%), 하이자산운용(7.57%) 등 계열사 지분을 유동화할 수도 있다. 장부가만 1조 6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3조 5000억 원의 자구안을 내놓음에 따라 현대미포조선도 KCC 지분(장부가 1652억 원)과 하이투자증권(8261억 원)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올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군살을 빼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여지가 크다. 순자산 1조 9000억 원인 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이 1조 5000억 원이 넘는 반면 순자산 15조 원인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8조 7000억 원에 불과하다. 정상화되면 오를 여지가 그만큼 많다.
최열희 언론인
미 금리인상 등 위험요소…코스피 더 오르기엔 ‘첩첩산중’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넘어서고,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수가 더 오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효과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보다는 개별종목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많다. 올 들어 코스피가 약 3% 오를 동안 삼성전자는 12% 올랐다, 한국전력은 20% 넘게 올랐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도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현대차, 삼성물산, SK하이닉스, 삼성생명, 신한지주 등 업종 대표주들은 시장보다 못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철강과 화학은 업체별로 부침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교과서적으로는 증시에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틈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미국이 7월 금리인상을 단행,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올라가고(금리 하락), 미국 금리 인상으로 원화값이 더 떨어지면 보유 채권과 원화를 달러로 바꿀 유인이 커진다. 6월 들어 10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외국인 보유 채권액만 4조 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9일 코스피에서는 기관과 개인의 차익매물이 쏟아졌고, 외환시장에서는 오히려 달러 수요가 늘어났다. 현 상황을 투자차익 실현의 기회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기 여건이 연초 대비 나아졌지만 수요 성장 없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돼온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또 점차 오르고 있는 미국 물가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 지연에 따른 안도 랠리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의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는 1750~2050 박스권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는 강력히 부인했으나 지난 8일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금리인하 시점으로 잡았다는 점에서 정책공조의 의미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미 시장은 한 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했기에 시장금리 하락 폭도 크지 않았다.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면 경기회복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유출입 변화, 가계부채 증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후폭풍으로 하반기 경기가 나빠질 것에 대비한 기준금리 인하라는 뜻이다. 이 분석대로면 시장을 위로 끌로 갈 용도가 아니라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인 셈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