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 당 내부서 먼저 피어올라…‘집안 단속’ 못한 안철수 대권 비상등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과 관계 없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미 정치권에 파다한 얘기였다. 언제 터지나 시기만 달린 사안이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억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실제로 총선 이후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선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했었다. 이러한 전언은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끊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죽하면 지난달 9일 박선숙 의원(총선 당시 사무총장)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보예산 집행 과정에서 (왕주현) 부총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마타도어가 있어 조사해 보니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당직자가 벌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처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는 등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는 ‘마타도어’로 치부하려 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을 은밀히 내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당 부분 내사 진척도 있었다고 한다. 당 내부 관계자로부터 신빙성 있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와중에 선관위도 조사에 착수, 검찰에 정식 고발함으로써 리베이트 의혹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리베이트 의혹을 당 내부에서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제보’의 성격이 강한 셈인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의 기류에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주류 중의 주류인 안 대표의 측근들이 저지르는 전횡에 반기를 든 형국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서 홍보 발주가 시작되면서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리베이트 의혹이 초반부터 불거졌으며 국민의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이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한 내용들이 검찰에 그대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정치 신인’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정치권에 연이 없던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성하는 과정 자체가 친안철수계의 작품이라는 시각이 당내에 파다했다. 김 의원을 강력하게 밀었던 이는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으로 전해진다. 물밑 작업 끝에 3월 3일 안 대표는 직접 김 의원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에 방문했고, 평소 청년 벤처기업에 호감을 갖고 있던 안 대표는 눈도장을 찍게 된다. 이후 김 의원의 브랜드호텔은 국민의당 로고, 홍보물을 맡게 된다.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은 당선권인 비례 7번을 ‘깜짝 배정’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씨앗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특징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공천헌금’ 의혹을 제기하기엔 그 방식에서 치밀함이 부족하고, ‘개인적 횡령’으로 보기엔 김 의원의 집안 배경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지방선거에서나 있을 법한 리베이트 행태가 총선에, 그것도 중앙당에서 벌어졌다는 게 참 희한하다. 국민의당은 선거 준비 과정에서 안 대표가 상당 부분 자비를 지출하는 등 돈과 관련해서 그렇게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티가 나는 돈을 공천헌금 명목으로 받았겠느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이상한 방식을 왜 썼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라고 전했다.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호텔’ 건물.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핵심 의혹 업체는 오히려 ‘브랜드호텔’보다는 B 사에 집중된다는 얘기도 있다. 브랜드호텔은 김 의원이 공식적으로 대표로 있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는 전언이다. 이에 B 사를 중심으로 D 사, T 사 등에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과 B 사가 남다른 관계였다는 의혹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역시 이러한 의혹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당내에서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무리한 홍보 계약을 했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전혀 생소한 인사에 당선권 비례를 주고 일감까지 몰아주는 게 이상하긴 했는데 리베이트 의혹까지 터지니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화살은 점차 김 의원 개인 차원을 넘어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 친안철수계로 번지는 형국이다. 검찰 수사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결국 안 대표에게 최종적인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영입 및 선정 과정에서 박선숙 사무총장이 주도한 친안계가 대거 장악하면서 “욕심이 지나치다”라는 당내 목소리가 짙었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을 두고 “욕심만큼 되돌려 받는다”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박준영 의원의 공천헌금 혐의로 입지가 좁아진 당내 호남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목소리를 낼 여지도 있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가까스로 봉합된 당내 계파 갈등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안 대표는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역시 의혹을 일절 부인하며 “공천헌금이 언급될 시 명예훼손 여부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성한 과정을 살펴보면 그 과정에 ‘키’가 있을 것이다. 안 대표가 보고받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돈이 전달됐다면 공천헌금보다는 관행적인 수고비나 사례비 정도의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수민 의원이 9일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김수민은 누구? 20대 총선 최연소 의원이자 최초 부녀 비례대표 이제 겨우 ‘이립(而立)’에 들어선 한 무명 여성 정치인이 20대 국회 첫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대위 홍보대책위원장은 사실상 김수민 의원이 역임한 정치권의 첫 직책이나 다름없다. 김 의원은 이번 20대 총선의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김 의원은 철저하게 무명이었고, 정계인사와 별다른 인연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김 의원은 김현배 도시개발 대표이사의 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4대 국회 당시 민주자유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재 새누리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의원과 김 대표는 헌정 이래 최초로 부녀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케이스가 됐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 김 의원은 제법 수완 좋은 벤처 사업가로 활동했다. 김 의원은 숙명여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다. 모교 동아리 ‘브랜드호텔’을 벤처기업으로 재탄생시킨 김 의원은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허니버터칩’과 이마트의 ‘노브랜드’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정치권에 발탁된 경로는 총선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의원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호텔의 자문이자 김 의원의 지도교수였던 A 교수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김영환 의원의 연이 작용했고, 이 연이 곧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A 교수는 앞서의 사건과 연루돼 출국정지 상태다. 당시 비례대표 심사에 참여했던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총선 당시 서울 노원 유세장에 박선숙 의원(당시 사무총장)이 김수민 의원을 데려왔다. 그 자리에서 오래 기다린 끝에 안철수 대표에 인사를 시켰다”며 “그 이전까지 안철수 대표나 천정배 대표나 김수민 의원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 김 의원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며 “비례심사 당시 김수민 의원은 1번 신용현, 2번 오세정 후보와 함께 아예 공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인사였다. 사실상 박선숙 의원에 의한 전략공천이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였지만, 당시 당은 박선숙 의원에 의해 장악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김 의원에 대한 공천을 두고 시비를 걸지 않았다. 리베이트 시비가 일어난 것은 나중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결고리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는 김수민 의원의 부친 김현배 대표에 대한 개입 가능성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내가 알기로 김현배 대표는 철저하게 여당 사람”이라며 “당 지도부의 인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
| ‘리베이트’ 과거 사례는? 중앙당으로 흘러간 적은 없었다 통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이후 선거비용 및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게 된다. 이번 4·13 총선의 경우에도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5일부터 전국 TF팀을 꾸려 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도 이 과정에서 적발됐을 가능성이 높다. 4·13 총선에서 선거 관련 홍보를 담당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선관위는 당과 홍보 업체를 통해 결산을 받아보고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을 정도로 정말 세세한 것까지 점검한다.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건의 경우 문제 삼지 않으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건으로 보인다. 그만큼 방식 자체가 대담하고 허술한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회계보고서 허위기재·위조·변조 또는 누락 등의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선관위 관계자는 “검찰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내용을 말할 순 없다. 다만 리베이트를 통해 중앙당 차원으로 돈이 흘러들어간 간 사례는 현재까지 한 번도 없다. 국민의당도 그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과 비슷한 사례는 여럿 존재한다. <일요신문>이 선관위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한 당의 회계책임자와 총무국장이 리베이트를 통해 3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해 고발됐다. 해당 자금은 당 차용비, 국회의원 지원금, 직원 격려금 및 운영비로 사용됐다. 당시 회계책임자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총무국장은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한 교육감후보자는 연설, 대담차량 업체를 통해 1억 5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조성했다. 결국 교육감후보자는 고발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고, 업체 대표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도 한 당 선거연락소 관계자 3명이 연설, 대담차량 업체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아 전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