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 업” VS “세금 먹는 하마 될 것”
▲ 안산시 돔구장 건립을 놓고 지역주민들이 건립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건립반대지역위원회 구성
▲ 정연철 민노당 안산시위원회 위원장 | ||
지난 22일부터 안산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돔구장건립반대지역대책위원회’의 회원 정연철 민주노동당 안산시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사실 안산시 돔구장 설립추진은 지난 2006년부터 진행됐다. 당시 현대건설과 MOU(양해각서)를 체결, 시에서 직접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제도적 문제에 봉착했다. 결국 안산시가 내놓은 해결책은 민간업체에 토지를 제공, 59층 5개동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건설비는 민간업체가 부담한다는 것. 하지만 곧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한 시민은 “처음 돔구장 얘기를 들었을 땐 나도 찬성입장이었다”며 “하지만 건립 후 유지관리비 및 운영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안산시가 내놓는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해 반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시는 ‘프로야구단 적극유치’, ‘WBC 안산시 개최’, ‘야구장 건립 후 도시브랜드 가치 향상’ 등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애초 히어로즈를 안산에 유치하겠다는 말을 한 바 있는데 안산까지 올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서울 고척동 돔구장까지 추진되고 있어 어려워 보인다”며 “야구단을 유치한다 해도 일주일에 4번 관중석이 만원이 돼야 흑자가 된다는데 250만 인구가 밀집한 대구에서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마다한 돔구장을 75만 인구인 안산시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야구 관계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하일성 씨는 “내가 KBO 총장으로 있을 때 MOU가 체결됐고, 야구인으로서는 어디에든 돔구장이 설립됐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그 전에 야구단 유치나 WBC 개최 등의 문제들이 선행되는 게 수순일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구단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야구단 유치는 힘들다”며 “프로야구단 개수가 홀수가 되면 경기일정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 짝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창단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특히 WBC는 미국이 여러 나라를 초청해 벌이는 대회인 만큼 국내, 그것도 안산에서 개최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안산돔구장 조감도. | ||
그런데 항간에서는 돔구장 건립에 정치적 이유가 포함돼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시발점은 지난달 14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돔구장 건립안이 부결되면서부터다. 당시 한나라당 13명 중 5명, 민주당 8명 중 5명과 민주노동당 1명이 반대했고 나머지가 찬성하면서 11 대 11 동수로 부결됐는데 안산시장이 속한 한나라당 내에서 표가 갈라진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 실제로 한나라당 소속 한 시의원은 “국회의원 A는 본회의 전에 전화를 걸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며 “찬성입장을 밝히자 ‘같이 정치 못한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시의원도 “안산시장이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친분이 깊어 다른 의원들을 무시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적 있다”며 “그래서 A 의원이 나섰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거창한 청사진 현실은 ‘글쎄’
이 ‘A 의원’으로 지목된 바 있는 이화수 의원 측 이문수 보좌관은 “일부 언론사에서 그런 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같은 당이라고 해서 모든 걸 동의하기보다 앞으로 수십, 수백 년 동안 유지될 안산시의 재산인데 WBC, 야구단 유치, 운영비 등 집행적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안산시 시의원들이 당의 눈치, 내년 선거 공천 문제 등 여러 요소 때문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어필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보좌관은 “시민단체 토론회에도 참석했고, 직접 시장을 만나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많은데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몇몇 의원들은 “돔구장보다는 시민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시민들 중 일부가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시장이 그 전에 첫 삽을 뜨고 싶어서 분주한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설까지 전하기도 해 정치적 문제가 개입됐다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는 현재 여러 목소리가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중이다. 시 측은 “여론조사결과 주민들의 70~80%가 찬성하고 있다”며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면 야구장 운영으로 운영수익의 70% 마련이 가능하며 각종 콘서트 등 행사를 적극 유치, 임대수익도 올릴 계획”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여러 시민들은 “계획도시인 안산은 복지가 잘된 편인데 와스타디움에 이어 돔구장까지 애물단지로 전락해 복지예산마저 압박을 받을까 걱정이다”, “멋모르고 찬성할 일은 아닌 듯하다”며 좀 더 확실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바라고 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