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찾아…길고 긴 안녕
곧 미국 애틀랜타로 떠나는 하우노 가족.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하우노의 엄마 이름은 지인. 마흔다섯 살입니다. 가톨릭 신자이고 세례명은 시실리아입니다. 그래서 자녀들도 벽촌에 있는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래서인지 하우노의 동생 킴브이는 커서 수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예쁘고 영리합니다. 하우노 엄마는 25세 때 같은 마을에 사는 남편과 만나 결혼하고 4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남편이 떠난 후 갖은 고생을 다해야만 했습니다. 산에 밭을 일구어 옥수수, 콩, 조, 고구마, 감자 등을 심었습니다. 제가 물어봅니다. 남편이 지금 무슨 일을 합니까? 닭고기 공장에서 일한대요. 처음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하겠어요?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우노 가족은 지금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낯선 곳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명의 자녀들은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엄마는 취업을 해야 합니다. 아빠가 노동자로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우노에겐 더 우울한 일이 있습니다. 절친 씨엔 삐양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친구에게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하우노와 가장 친한 친구인 씨엔 삐양은 노래를 좋아한다.
며칠 전 두 학생을 불러 마주 앉았습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제 곁에는 단체의 통역이 있습니다. “너희들 애틀랜타에 대해 아는 거 있니?” “올림픽이 열린 곳이고 코카콜라 본사가 있다고 합니다.”
“CNN 본사도 있고 마틴 루터 킹의 생가도 있어. 그런 건 가면 다 알게 될 테고, 너희들 보며 선생님에게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 너희들처럼 한국의 시골, 이천에서 중학교 때 아주 친한 두 학생이 있었어. 서로 헤어져 한 사람은 나중 미국 애틀랜타로 이민을 갔어. 그 먼 나라로 가서 서로 보지 못했지. 그분은 거기서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해서 한인회장도 하시고, 유명한 옥타(OKTA)라는 해외단체의 초대 회장도 지낸 분이지. 신영교 회장님이라고. 그 도시에서 창고형 대형마트를 하시는데 그 창고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단다. 미국 여러 도시에 생필품과 식료품들을 공급하는 아주 큰 회사라고 한다. 한국에 남은 한 사람은 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해 나중 경영진까지 하셨지. 이분이 내가 다닌 직장의 상사였고 대선배이셨다. 지금도 연락하는 가까운 분이란다. 어느날 한국에서 두 분이 만나는 자리에 내가 미국서 오신 분을 취재하기 위해 그 자리에 갔었다. 두 분이 서로 말없이 껴안고 우셨다. 그때는 애틀랜타가 너무 먼 곳이었다. 그분들이 서로 이렇게 말했다. 널 일찍 찾지 못해 미안하다고. 너희들을 보며 다시 이어진 두 사람의 아름다운 우정이 생각났어. 이젠 서로 오가며 자주 만나신다.”
학교에서 늘 붙어다녔던 앞줄 중앙의 두 소년. 둘이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말이 없던 하우노가 친구에게 말합니다. “언젠간 널 꼭 초청할게.”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괜찮아, 나도 이젠 동생이 있으니까. 잘 지낼게.” 씨엔 삐양이 대답합니다. 제가 다시 나섭니다. “선생님이 어제 한국의 그 대선배에게 메일을 보냈다. 하우노 엄마를 꼭 취업시켜 달라고. 오늘 답장을 받았다. 친구에게 얘기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애틀랜타 가서 정말 어려우면 네가 엄마를 모시고 가. 그리고 배운 한국어로 인사하고 설명해드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얘기할게. 그 도시는 유명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야. 그 작품을 쓴 마거릿 미첼 여사는 교통사고로 49세 나이에 일찍 죽었지만 평소 남을 돕는 일을 일생에서 가장 뜻깊게 생각했다고 해. 흑인 의과대학생 50명에게 익명으로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 나중 밝혀졌지. 한국인 회장님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학생들을 남몰래 돕고 있다. 너희들도 어느 나라에 살든 여기 너희 부족의 가난해서 공부도 못하는 동생들을 잊지 마라, 알겠지?”
두 소년이 작별의 포옹을 합니다. 긴 이별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별을 통해서 두 소년은 더욱 성숙해지고 떠난 자리를 더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새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버틀러와 작별하며 건네는 마지막 대사가 떠오릅니다. “Tomorrow is another day.”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