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야풍 불러올 수 있을까
특히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 공세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안론’이, 제3세력에서는 ‘안철수 현상’이 불기 시작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진보 통합을 앞세워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따른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 상승하는 현상)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천당 아래 분당’에서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꺾으면서 대선판이 한 차례 출렁였다. 친노(친노무현)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도 이쯤이다. 2011년 8월께 민주당 내 친노계는 ‘문재인 대안론’에 불을 지폈다. 같은 해 9월에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현 서울시장)에게 전격 양보, ‘안풍’(안철수 바람)을 일으켰다. 여의도 발 정계개편을 이끈 정치적 이벤트가 반년 이상 지속된 셈이다.
그 결과 대선판은 요동쳤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1년 10월 넷째 주 정례조사(10월 24일∼2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6%포인트) 결과, 차기 대선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대표(26.3%)가 박근혜 대통령(26.1%)을 격침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선 다자구도에서 안 대표가 박 대통령을 제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진보진영도 지금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은 진보대통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진보신당 독자파의 반발로 끝내 진보대통합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당시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이정희(민주노동당)-유시민(국민참여당)-노회찬·심상정(진보신당 탈당파)’의 결합 자체는 야권 발 정계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들이 모인 통합진보당은 이듬해 19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0.3%를 기록, 총 13석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격세지감이다. 범야권은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소야대를 이끌어냈지만, 향후 범야권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로 사실상 압축된 상태다. 다이내믹한 한국 선거의 특성 탓에 19대 대권의 급행열차를 탈 후보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노풍(노무현 바람)과 같은 격변을 기대하기 어려운 밋밋한 선거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를 꼽자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구원등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깜짝등판 정도다.
더민주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한 의원은 차기 대선구도 전망과 관련해 “1년 반 남은 지금 차기 대선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문·안(문재인·안철수)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손 전 고문의 경우 ‘총선 역할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실기한 측면이 크고, 안 지사는 국회의원 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문·안 두 후보가 예측 가능한 대선구도 틀에 갇힐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