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보며 나도 모르게 환호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이번에 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양용은 선수가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양용은 선수가 다른 데도 아닌 미국 PGA 중심 무대에서, 그것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랑 겨루는 가운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이 너무나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했거든요. 우승 장면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으니까요. 골프를 잘 모르는 저도,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 선수의 우승에 소리를 지르듯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절로 신나고 기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어요. 제 활약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도록 말이죠.
지난주 미네소타전에서 39일 만에 시즌 14호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맛본 ‘손맛’이었죠. 그 홈런 이후로 계속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웃이 되더라도 잘 맞아서 아웃이 되는 등 찜찜한 승부가 없었거든요.
요즘 도루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나오네요. 18개 시도 중 17개를 성공시키다보니 도루를 잘하는 비결에 대한 질문들도 많고요. 사실 마이너리그에선 지금보다 더 많은 도루를 성공시켰고 시도도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때는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큰 부담이 없었어요.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선 만약 도루하다가 아웃이 되면 게임의 흐름이 뒤바뀌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도루에 실패하면 타석에 설 때도 약간 위축되는 기분이 들어요.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이 높은 건 자신감 때문인 것 같아요. 잘 안 됐더라면 당연히 시도조차 못했겠죠. 계속 성공을 하니까 이번에 뛰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도루를 할지, 안 할지의 판단은 대부분 제가 합니다. 물론 벤치에서 사인이 나올 때도 있지만 주루에 나가있는 선수의 판단이 가장 확실할 때가 많거든요. 도루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스타트예요. 거리가 짧기 때문에 얼마나 스타트를 빨리하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이 되죠. 18개 시도한 것 중 1개를 실패했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나요. 시애틀 매리너스의 포수 조지마한테 당한 거예요. 그땐 벤치에서 나온 사인이 좀 애매했어요. 투수는 왼쪽 투수였고 홈으로 송구할 때 보고 뛰라는 사인이 나왔는데 타자가 삼진을 먹는 바람에 그냥 아웃이 되고 말았죠.
참,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이 방한해서 한국대표팀과 친선전을 펼친다는 내용의 기사와 관련해서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었죠? 정확히 말씀드리면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확실히 모르겠다, 좀 더 지켜봐야 겠다’란 말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인 것 같아요. 저도 메이저리그사무국으로부터 참가 의사를 묻는 연락만 받았으니까요. 한국에서 펼쳐지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참가할 것이라고만 답을 했습니다. 그 후론 다른 연락이 없었어요.
며칠 전에 찬희가 한국에서 절 보러 클리블랜드를 찾았습니다.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님의 큰아들이에요. 며칠 동안 찬희랑 같이 보내면서 감독님을 추억하며 많은 얘기들을 주고 받았어요. 요즘엔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질까요. 더 이상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또 국민들한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