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 간부들 복직·무보직 지방 발령…중앙회 “노동위 권고 따른 것”
사진은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중기중앙회는 지난 2014년 9월 26일 자살한 계약직 여직원 A 씨(당시 25세)의 유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같은 해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까지 지적되는 등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12년 입사한 A 씨는 중기중앙회 인재교육부에서 ‘SB-CEO스쿨’의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SB-CEO스쿨’은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정부 인사 등 유력인사들이 참여해 중소기업 관련 현안을 공유하는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전문위원’이란 직함의 어감과 달리 계약직인 탓에 A 씨의 실수령 급여는 매달 136만 원에 그쳤다. 당시 공개된 유서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중년 남성들의 성희롱을 참아왔다. 하지만 목표가 좌절되자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A 씨의 유가족은 2014년 10월 10일 이 자료를 토대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중기중앙회와 B 전무, C 부장, 중소기업 CEO 4명을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중기중앙회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무기계약직 전환 암시 발언, 성희롱, 회사 명예 실추를 이유로 11월 7일 인사 담당 B 전무를 해임하고 C 부장을 면직시키는 한편 감봉 조치를 내렸다. 이어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갖고, 사과문 형식의 성명서에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유족이 희망하는 고인의 명예회복 등 필요한 조치와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가 “최선의 노력” 다했다지만 면직된 문제의 직원들은 4개월 만에 복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희롱 방조를 이유로 면직됐던 C 부장은 면직 처분 한 달여 만인 2014년 12월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C 부장은 “나도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다. 행위에 비해 양형이 과했다. 부당 해고가 확실하다고 판단해 검찰 처분 전에 구제 신청을 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발당한 중기중앙회와 혐의자 전원을 지난해 2월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성폭력 사건은 당사자의 증언이 가장 중요한 증거지만 당사자가 숨을 거둬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지난해 2월 서울노동위는 “징계양정이 과하다”라고 판단하며 3월 C 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중기중앙회는 서울노동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C 부장을 복직시키고 지역본부로 무보직 발령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서울노동위 판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C 부장을 복직시켰지만 지역본부에 무보직 발령을 냈다. 이는 징계나 다름없는 인사 조치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가 밝힌 ‘지역본부’는 경기지역본부로 본사인 여의도에서 약 25㎞ 떨어진 수원 영통구에 있다. 또한 지방노동위의 부당 해고 판정이 부적절하다 판단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음에도 중기중앙회는 재심 가능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본부로 발령 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수원이면 감싸기고, 강원도나 제주도면 징계냐”고 반문하며 “B 전무는 법원에서 승소해 복직 후 명예가 회복됐다며 중기중앙회를 떠났다. 법을 따라야 하는 중기중앙회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2014년 6월 직속상사인 C 부장에게 A4용지 5장 분량의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당한 성희롱을 밝힌 바 있다. 교육에 참여했던 한 협회사 대표는 A 씨에게 전화를 해 “오늘 학교에 못 갈 것 같아. 빠XX(성관계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해야 돼서. 미안미안. 근데 ○○씨는 빠XX가 뭔지 알아?”라고 했다고 한다. A 씨가 “그 뜻은 모르겠다”라고 했더니 그는 “진짜 뜻 몰라? 에이 알면서~ 결석이라는 뜻이야”라며 전화를 끊는 일도 있었다. ‘굵직한 것만 말하겠다’는 이 이메일에는 위의 내용 외에도 끊임없는 성희롱 사례가 담겨 있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